금성에는 지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금성도 과거에는 지구처럼 물이 풍부해 생명체가 살았다고 여겨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행성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금성 대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바다가 존재한 것 치고는 너무 건조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성은 지구와 형제 행성이라고 불릴 만큼 유사성이 많다. 모두 암석 행성이고 크기도 비슷하다. 다만 가까이 가면 전혀 다른 세계로, 두꺼운 황산 구름에 덮였고 지표면 평균기온이 약 500℃에 달한다.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테레자 콘스탄티누 연구원은 "많은 학자들이 아주 옛날 금성에는 생명이 존재할 바다가 있었다고 믿어왔다"며 "심지어 지금도 구름 속에 생명이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가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주의 생명을 찾는 천문학자들은 항성으로부터 거리가 적절해 그 표면에 물이 존재하는 해비터블 존(골디락스 존)에 주목해 왔다"며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금성의 물의 유무는 이 해비터블 존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이 추측하는 금성의 역사는 두 가지다. 우선 약 46억 년 전 탄생한 금성의 지표면은 당분간 기온이 적당했다는 설이다. 덕분에 액체의 물이 존재했는데,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온난화가 진행돼 지금과 같은 행성이 됐다고 학자들은 본다.
또 다른 설은 원래 금성이 처음부터 뜨겁고 황량한 행성이었다는 설이다. 물 따위는 애초에 없었고 현재처럼 화산이 황산가스를 뿜어내는 척박한 암석 행성이라고 보는 학자도 적잖다.

테레자 연구원은 "금성의 두꺼운 대기를 구성하는 물과 이산화탄소, 황화카르보닐 등 화학물질은 점점 붕괴하고 있다"며 "그래도 대기가 안정돼 있으니 부서진 화학물질은 어디선가 보충되고 있는데, 이게 바로 화산 가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하 깊숙한 곳에서 분출되는 화산가스 행성의 내부를 아는 중요한 단서다. 지구의 화산가스는 주로 수증기로, 내부에 물이 풍부함을 보여준다"며 "금성의 화산가스는 수분이 많아야 6%로 내부도 상당히 건조하다. 예나 지금이나 바다가 생길 만큼 물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 역시 가설이며, 진실은 향후 금성 탐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다. 테레자 연구원은 "모든 것을 확실히 하려면 탐사선을 금성에 보내야 한다"며 "NASA가 2029년 발사(예정)하는 금성 탐사선 다빈치(DAVINCI)에 학자들의 시선이 쏠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