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대단하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같은 B급 좀비영화가 여전히 회자되고, '새벽의 저주' '28일후' 같은 명품 좀비물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넷플릭스의 K좀비물 '킹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으며, 전지현의 출연이 예고된 시즌3에 대한 기대도 뜨겁다.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시작된 좀비물이 이처럼 넘쳐나니 관객이 아는 관련 상식도 방대한 수준이다. 다만 아직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로는 접하지 못한 좀비 이야기가 적잖다. 학자들은 알게 모르게 좀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왔다. 실소가 터지는 내용도 있지만, 알면 쓸모있을 지 모를 좀비에 대한 의외의 진실 10가지를 소개한다. 
 
1. 산으로 도망가라 

좀비의 감염 특성상 사람이 몰리는 대도시는 최악의 피난처다. <사진=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스틸>

코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만약 미국에 좀비가 대량발생할 경우 로키산맥이 가장 유력한 피난처다. 물리면 감염되는 좀비의 특성에서 볼 때,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확산이 느리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산이 피난처로 알맞다. 코넬대 연구팀은 좀비가 굉장한 속도로 달린다고 묘사되지만, 실제로 운동신경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이 산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게 코넬대 연구팀 주장이다. 

반대로 적절하지 않은 피난처는 인구가 많은 대도시다. 미국으로 따지면 펜실베이니아가 최악이다. 인구밀도가 대단하고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 대도시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위험하고 무조건 산으로 달려야 안전하다. 다만 이를 믿고 너도나도 산으로 몰린다면, 그곳의 인구밀도 역시 높아져 좀비에 취약한 환경이 돼버리고 만다.

2. 미국에는 좀비대책본부가 있다

펜타곤에는 8가지 좀비에 대응한 특별반이 있다. <사진=pixabay>

미국 펜타곤(국방부 건물)에는 'CONOP 8888'이라는 좀비대책본부가 마련돼 있다. 이들은 매일 좀비와 싸울 방법을 연구하고 체력을 단련한다. 특히 좀비를 8가지로 분류하고 체계적인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8가지 좀비란 감염물질에 따른 병원성 좀비, 방사선에 노출돼 발생하는 방사선 좀비, 저주나 오컬트 요소에 따른 흑마술 좀비, 우주로부터 온 외계 좀비, '바이오 하자드' 같은 생화학병기 좀비, 인육이나 뇌 대신 채소를 탐하는 채식 좀비, 숙주에 세들어 사는 기생좀비, 닭고기를 제대로 손질하지 않은 채 버려져 발생하는 치킨 좀비로 구성된다. 죄다 지어낸 이야기같지만 하나같이 'CONOP 8888'이 실제 연구하는 주제다. 

'CONOP 8888' 대원들을 대좀비작전의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된다. 다만 미 국방부가 정성껏 키운 이들의 실력을 실제로 써먹을 좀비사태가 정말 벌어질 지는 모를 일이다. 

3. 휴대폰이 좀비를 만든다고?

스티븐 킹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사진=영화 '셀:인류 최후의 날' 스틸>

스티븐 킹의 소설 '셀'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이 정체 모를 전파를 쏴 사용자의 뇌를 포맷해 버린다는 기막힌 설정에서 출발한다. 책에서는 휴대폰이 울리기만 해도 이를 들은 사람이 좀비화되는 무서운 장면이 등장한다. 사용자 뇌에 송신된 휴대폰의 전파가 뇌파를 혼란시키고 분노를 증폭시켜 좀비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휴대폰 전파가 뇌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전원이 켜진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불면증이 걸린다는 실험 결과는 이미 유명하다. 휴대폰 전파가 뇌 활동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불면증과 좀비는 한참 차이가 있다. 다만, 우리 몸의 다양한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 대뇌와 간뇌의 경계를 따라 위치한 뇌의 구조물들)에 충분한 자극을 주는 전파가 있다면 '셀'의 내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4. 좀비와 만났을 때 대처법은

좀비와 대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준 '새벽의 저주' <사진=영화 '새벽의 저주' 스틸>

당신이 사는 곳에 좀비가 떼로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좀처럼 살아남기 어려울 텐데, 극한의 생존법을 수학적으로 고찰한 연구팀이 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와 칼턴대학교 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대도심 구조와 공동묘지로부터의 거리, 감염된 좀비의 움직임과 동선 등을 수학적으로 세분화해 데이터화했다. 이에 따라 50만명이 사는 도시의 경우 3일 이내에 절반가량이 감염된다는 결과값을 얻었다.

수학에 근거한 좀비 대처법의 핵심은 맥이 좀 빠지지만 '가능한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두 대학 연구팀이 수학을 바탕으로 머리를 맞댄 결과, 치료법의 개발 등 원근적 대책보다는 되도록 빨리 피하고 좀비와 맞딱뜨리면 죽도록 두들겨패는 게 최고다. 실제로 이들 대학 연구논문에는 "세게, 그리고 제빨리 때려눕혀라(hit them hard and hit them fast)"고 적혀있다. 

5. 좀비의 뇌 상태가 궁금하다

한국형 좀비물 '킹덤' <사진=넷플릭스>

좀비 입장에서 뇌는 대단히 중요한 장기다. 좀비 영화나 드라마가 하도 많아서 처치방법도 다양한 편인데, 하나같이 이 뇌가 파괴되면 좀비는 죽는다.

다만 좀비의 기괴하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미뤄 뇌가 전체적으로 살아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자리한 카네기멜론대학교 신경과학연구팀은 좀비의 뇌 중 어떤 부분이 살아서 기능하는지 논문까지 펴냈다.

'좀비는 언데드 양의 꿈을 꿀까?(Do Zombies Dream of Undead Sheep?)'라는 희한한 제목이 붙은 이 논문은 좀비의 동작별 뇌 기능을 세분화했다. 우선 느릿느릿 걷는 전통의 좀비는 소뇌에 문제가 있다. 후두부에 위치한 소뇌는 우리몸의 움직임을 관장한다.

연구팀은 느려터진 좀비나 넷플릭스 '킹덤'처럼 엄청나게 빠른 좀비 모두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작업기억이란 인지심리학에서 감각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를 뇌에 단기적으로 기억하며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좀비는 인지제어가 불가능해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고 눈앞의 인육을 탐한다. 연구팀은 좀비가 갖는 이 같은 특징들이 뇌의 전두엽 기능부전으로 발생한다고 봤다.

영화 속 좀비의 10가지 진실 下에서 계속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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