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좀비의 10가지 진실 上에서 계속

6. 좀비도 썩는다

산송장 특유의 썩어들어가는 얼굴을 그나마 잘 표현한 '새벽의 저주' <사진=영화 '새벽의 저주' 스틸>

사실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좀비를 다룬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나는 사후경직이다. 사람은 대개 죽은 뒤 4시간이 경과하면 젖산을 분비하고 몸 전체가 경직되기 시작한다. 즉 좀비의 경우 이론대로라면 사후 며칠간은 경직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야 정상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좀비의 눈이다. 사람이 죽으면 보통 24시간 안에 부패가 시작되고, 그 중 눈이 가장 먼저 썩는다. 환경 등에서 차이가 생기지만, 대개 3일 안에 전신에서 부패의 징후가 보여야 한다. 좀비는 바이러스 등 다양한 원인 탓에 산 것처럼 날뛰지만 엄연히 송장이다. 부패를 피할 수 없으므로 좀비화된 뒤 며칠이 지나면 눈이 모두 썩어빠져야 한다. 연구팀은 " 좀비가 된 지 몇 주 뒤라면 뼈와 피부조직 일부만 남아야 한다. 사지는 모두 떨어져 나가고, 2~3년 뒤에는 완전히 뼈만 남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시신의 부패가 환경에 민감한 점을 들면, 미국드라마 '워킹데드'의 설정도 바뀔 필요가 있다. 극의 무대가 되는 조지아주는 무덥기로 유명하며, 당연히 시신의 부패도 빠르다. 즉 목숨 걸고 좀비와 맞서 싸우기보다는 이들이 부패해 뼈만 남을 때가지 숨어사는 게 낫다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7. 좀비는 뇌를 파먹지 못한다

뇌를 파먹는 좀비를 다룬 '웜 바디스'의 한 장면 <사진=영화 '웜 바디스' 스틸>

니콜라스 홀트가 등장하는 영화 '웜 바디스'를 보면 좀비들이 산 사람의 뇌를 파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좀비가 뇌를 탐하는 설정은 전부터 사용돼 왔는데, 1985년 영화 '바탈리언(The Return Of The Living Dead)'이 특히 유명하다.

다만 좀비가 산 자들의 뇌를 먹으려면 턱의 힘이 엄청나야 한다. 인체 구조상 하악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두개골을 깨고 뇌를 꺼내 먹을 만큼 힘이 무지막지하진 않다. 해부학으로 보면 턱이 두개골을 박살내려면 악어처럼 입이 길쭉해야 유리하다. 실제 악어의 무는 힘은 4~7t이나 된다. 사람의 경우 무는 힘이 기껏 130kg인데, 체중이 7kg 남짓인 여우도 입이 길쭉하다 보니 240kg의 무는 힘을 발휘한다. 보통 사람의 두개골이 견디는 하중이 500kg가량이므로 좀비가 두개골을 깨고 뇌는 먹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8. 프라이온 단백질(PrP)의 비밀
'좀비 해부(The Zombie Autopsies)'의 저자인 하버드대학교 스티븐 C.숄츠먼 박사에 따르면 사람이 좀비가 되는 가장 현실적인 원인은 프라이온이라는 감염성 단백질이다. 프라이온(prion)은 단백질로만 이뤄진 병원체로, 일반 바이러스와 달리 박멸할 방법이 전무하며 이로 인한 질병의 치료법 역시 없다. 

프라이온에 의한 질병이 처음 보고된 건 1950년대다.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 사이에서 손쓰지 못할 만큼 격렬한 발작이 발견됐는데, 이는 이들의 식인풍습과 관련이 있었다. 사망한 원주민을 부검해보니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1990년대 들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광우병이나, 크로이츠펠트-야콥병도 뇌에 구멍이 생겨 결국 사망에 이르는 희귀한 중추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숄츠먼 박사는 뇌 일부, 즉 전두엽이나 소뇌가 파괴되면 좀비 특유의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력한 것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서나일바이러스, 뇌염바이러스다. 이들 바이러스는 뇌내에 염증을 일으킨다. 다만 문제는 프라이온에 감염되면 혼수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럴 땐 바이러스에 탄화수소나트륨을 첨가하면 체내에서 대사성 알칼로시스(체내가 알칼리성으로 변모, 혈액 내 pH가 상승한다)가 일어나 프라이온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뇌가 파괴된 상태에서도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고 좀비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게 박사의 이야기다. 

9. 좀비를 만드는 공포의 버섯

라스트 오브 어스 <사진=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인기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는 갑자기 변이를 일으킨 기생균이 인간을 '클리커'라는 식인좀비로 만드는 내용을 담았다. 작중의 '클리커'는 포자를 뿌려대는데, 이것이 수많은 클리커를 만드는 감염의 원인이다. 물론 게임 속 이야기지만 내장이 모두 썩어 없어져도 움직이는 좀비 곤충을 만드는 기생버섯은 실존한다. 

자낭종에 속하는 기생버섯은 곤충의 몸을 숙주 삼아 자라난다. 여기 감염된 곤충은 기온이 올라 몸을 뚫고 나오는 버섯에 의해 죽지만 움직이는 좀비가 된다. 가장 유명한 것이 매소스포라다. 매미에 주로 터전을 잡는데, 여기 감염된 매미는 뱃속이 텅 비도록 영양분을 빨아먹히지만 멀쩡하게 살아 움직인다. 심지어 공중을 날며 짝짓기도 한다. 이때 숱한 버섯포자를 퍼뜨려 또 다른 좀비 매미를 만들어낸다.

기생버섯에 감염되면 곤충의 몸으로부터 외부를 향해 자실체가 성장한다. 자실체는 버섯이 만들어낸 원추형 구조물로, 포자를 만드는 영양체다. 우리가 잘 아는 동충하초의 경우, 3주간 2.5cm~5cm까지 자란다. 충분히 몸집이 커지면 균열이 일어나고 포자를 퍼뜨려 부근의 곤충을 전염시킨다. 그 위력이 실로 대단해서, 개미 한 마리가 감염되면 개미집 전체를 전멸시킬 정도다. 더욱이 감염된 개미는 멀리 떨어진 다른 개미사회까지 전염시키기 위해 이동하는 사실도 관찰됐다.

10. 분노바이러스

킬리언 머피의 '28일후' <사진=영화 '28일후' 스틸>

좀비를 다룬 작품이 많아지면서 원인 역시 다양해졌다. '킹덤'에선 생사초에 들러붙은 벌레알이, 좀비 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28일후'에선 분노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위협한다.

가장 많은 좀비 영화가 채용하는 이 분노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을 극도의 흥분 또는 분노 상태에 빠뜨려버린다. 뇌가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굉장히 잔인한 속성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분노바이러스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 마이애미대학교 사미타 안드레안스키 교수에 따르면 몇 가지 바이러스를 혼합할 경우 분노바이러스를 창조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광견병 바이러스다. 물론 이 바이러스는 불안, 혼란, 환각, 마비 등을 일으키며 잠복기간이 최대 1년으로 긴 편이어서 우리가 아는 좀비바이러스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변이에 의해 광견병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극히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홍역 바이러스를 추가하면 광견병 증세에 일종의 급성 분노조절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교수의 설명이다. 감염된 사람의 인격은 완전히 변해버리며, 뇌염 바이러스가 더해지면 고열에 의해 공격성이 한층 심해진다.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마지막에 인플루엔자 같은 강력한 전염성이나 공기감염까지 더해질 경우 인류를 아예 멸망시킬 역대급 좀비바이러스도 탄생할 수 있다고 사미타 교수는 내다봤다. 다만 학계는 이런 극악한 바이러스가 지구에 자연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끝>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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