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속이 뻥 뚫린 도넛 같은 암석이 포착됐다. 인터넷에 괴담이 떠돌자 미 항공우주국(NASA)이 설명에 나섰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촬영한 도넛 모양의 암석은 외계 메시지가 아니라 풍화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사진 속의 기묘한 암석은 제제로 크레이터 인근에 위치한다. 도넛처럼 둥글고 넓적한 암석의 속이 텅 비어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지난 6월 22일 100m 거리에서 이 암석을 촬영했는데, 사진을 살피던 JPL 관계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고 곧바로 레딧 등에서 화제가 됐다.
우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화성에서 기암이 종종 발견되는 만큼 큰 의미를 둘 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한쪽에서는 늘 그랬듯 "문명을 가진 우주인의 탈 것이다" "우주인이 화성에 남긴 메시지다" 등 괴담에 가까운 주장이 제기됐다.
NASA JPL은 퍼서비어런스가 촬영한 사진의 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 그 결과를 트위터에 다시 올렸다. JPL 관계자는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 암석은 화성에 낙하한 운석 아니면 원래 존재하던 암석"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암석이 도넛처럼 가운데만 구멍이 뚫린 것은 화성에서 흔히 발견되는 기암들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풍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성의 지하나 극지와 달리 지표면에는 지금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도넛 암석에 나타나는 풍화는 모래 폭풍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화성에서는 종종 폭풍이 발생한다. 때로 기간이 길고 규모가 큰 모래 폭풍이 덮치는데, 지난해 모래 폭풍을 정통으로 맞은 탐사 로버 인사이트는 태양광 발전 패널이 먼지로 덮여 임무를 마감하고 말았다.
즉 도넛 형태의 암석은 길게는 몇 개월 계속되는 화성 모래 폭풍에 노출되면서 중심부만 풍화된 것이라고 NASA JPL은 봤다. 도넛 암석 주위에 비슷한 색의 암석이 흩어져 있어 원래 하나의 거대한 바위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JPL은 전했다.
NASA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2021년 2월 18일 화성에 도착해 제제로 크레이터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퍼서비어런스는 기암을 포함해 화성에 한때 존재했을 물의 흔적을 여럿 찾아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