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등 맹수에 인간을 던져주는 잔혹한 공개 처형이 로마제국에서 유행했다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 역사학자들은 로마제국이 강력한 통치권을 유지하고 귀족들의 여흥을 위해 극형을 고안한 것으로 추측했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로마제국 지배 하에 있던 영국에서도 인간을 맹수의 먹이로 던져 주는 극형이 유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는 유물은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16년 발견했다. 로마제국 지배 당시 지어진 가옥 진흙 바닥에서 발견된 이 청동 유물을 5년간 정밀 조사한 연구팀은 사자를 동원한 공개 처형을 형상화한 물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로마제국이 맹수형을 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청동 손잡이 <사진=레스터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청동으로 된 이 손잡이에는 야만인과 그 머리 한쪽을 물어 뜯는 사자, 그리고 이 광경을 겁에 질린 얼굴로 지켜보는 남자 네 명이 조각됐다. 연구팀은 당초 사자를 사냥하는 사람들을 형상화한 유물로 생각했으나 조사 결과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겼음을 알아냈다.

레스터대학교 연구팀 관계자는 “킹스칼리지런던 역사학자들과 공동 조사를 거치며 사자와 야만인이 사투를 벌이는 상황임을 알아챘다”며 “이는 고대 로마제국이 일부 죄수에 행했던 맹수형, 즉 ‘담나티오 아드 베스티아스(damnatio ad bestias)’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틴어로 ‘damnatio’란 ‘처벌’ ‘단죄’를 의미한다. ‘bestias’ 야수 또는 맹수다. 즉 ‘damnatio ad bestias’는 야수를 이용한 단죄라는 뜻이 된다. 이 처형법은 고대 로마인들이 기원전 2세기부터 즐긴 일종의 여흥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로마인들에게 맹수 사냥이나 맹수와 싸움은 대단히 흥미로운 즐길거리였다. 이를 위해 원형극장을 만들기도 했다. 역사서나 벽화, 그림 일부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맹수형을 묘사한 그림 '순교자의 마지막 기도(The Christian Martyrs Last Prayer) <사진=장 레옹 제롬>

로마인들은 국경 밖의 야만인이나 전쟁포로, 동전을 위조한 죄수나 반역죄인 등을 ‘담나티오 아드 베스티아스’에 처했다. 특히 그리스도교도들이 이 방법으로 많이 처형됐다.

이 무자비한 형벌에는 사자나 호랑이가 주로 동원됐다. 아주 드물게 죄수가 살아남을 경우에는 흔쾌히 살려줬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다만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맹수 앞에서 저항 한 번 못하고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록으로 전해지던 로마제국의 맹수형을 정교하게 조각한 유물로 역사적 가치가 대단하다”며 “발견 초기 청동인 줄도 모르다가 조사를 거듭하며 형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마제국의 맹수형을 묘사한 청동 손잡이 <사진=레스터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맹수형이 생생하게 묘사된 청동 유물은 로마 지배 하의 영국은 물론 켈트나 로마제국 전체를 둘러봐도 최초”라며 “황제 위로는 아무도 존재할 수 없었던 로마제국의 권위의식과 잔학성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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