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스타트업이 견과류로 익숙한 캐슈넛을 이용,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를 만들어내 관심이 집중됐다. 거위 간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푸아그라는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식재료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여전하다.
닥터푸드(Dr.Foods)는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식물성 푸아그라를 활용한 버거 두 종류를 공개했다. ‘넥스트(NEXT) 푸아그라 버거’로 명명된 이 제품은 지난 7월 회사가 개발한 식물성 푸아그라로 만들어진다.
이 업체는 캐슈나무 열매인 캐슈넛에 누룩을 혼합, 특정 온도에서 발효하는 방법으로 대체 푸아그라를 만들어냈다. 개발 기간은 총 1년 6개월로, 그간 대체육 연구를 진행해온 프랑스와 중국 등 해외 학자들과 협업해 이룬 성과다.
개발된 캐슈넛 푸아그라는 빵 등에 발라먹거나 구워 먹는 두 가지다. 회사는 캐비아, 트러플과 더불어 세계 3대 진미로 알려진 푸아그라를 대체하는 것이야말로 최근 유행하는 인공육 시장의 대중적 관심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동물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최근 민간에서도 부쩍 높아졌다. 세계 인구 대비 육류 공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환경오염 등 각종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 역시 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지난 7월 발매된 캐슈넛 푸아그라는 소비자 반응이 괜찮다. 가격이 450엔(약 4400원)으로 진짜 푸아그라와 비교할 수 없이 싼 데다 맛이나 식감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업체는 향후 다른 대체육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에는 프랑스 식품 스타트업 ‘Gourmey’가 세계 최초의 인공 푸아그라를 선보였다.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는 푸아그라 소비가 많기로 유명하다. 동물 학대 논란에 대체육 시장이 부쩍 활성화되면서 이 업체는 프랑스 정부 지원까지 받아 세포 배양을 통한 인공 푸아그라를 완성했다.
연구팀은 진짜 푸아그라를 대체할 재료로 수정 상태의 오리 알을 선택했다. 이 알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특정 환경에 맞춰 분열·증식한 결과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가진 대체 푸아그라를 얻을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세포에 실제 오리에게 주어지는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지질 등 각종 영양소를 공급하면, 오리의 조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포가 영양소 조절을 통해 배양된다”며 “간세포나 근육세포를 원한다면 필요한 영양소를 따로 입력해 세포가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푸아그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미슐랭 가이드 지정 레스토랑 셰프가 직접 세포 배양 푸아그라를 요리해 시식한 뒤 외형과 질감, 섬세한 맛을 인정했을 정도다.
이 회사는 인공 푸아그라가 대량의 작물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존 육류 생산 방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오염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오리 세포를 이용하므로 거부감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닭이나 칠면조 등 다른 가금류 대체육 개발도 진행 중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통계에 따르면 사람 식탁에 오르기 위해 희생된 동물은 2021년 기준 세계 인구의 10배가량인 약 800억 두다. 세포배양이나 식물성 인공육은 가축 생산에 필요한 토지와 작물을 줄여 환경오염 방지에 도움을 준다. 기존의 닭고기와 돼지고기, 쇠고기 생산과 비교해 지구온난화를 각각 17%, 52%, 85~92%나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