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자극에 유연하게 변하면서도 엄청난 강성을 갖는 신소재가 대학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중세 기사들의 사슬 갑옷에서 착안한 이 소재는 방탄복 등 군용 장비는 물론 의료와 건설 등 다방면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칼텍) 공동 연구팀은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변형이 자유롭고 압축할 경우 엄청난 강성을 갖는 독특한 구조의 신소재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유연성과 강도 모두 갖춘 신소재 개발에 몰두해온 두 대학 연구팀은 커피 원두나 쌀알이 가득 든 자루가 딱딱해지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 쌀알은 서로 간격이 떨어지면 모래알처럼 흩어지지만 자루 안에 빈틈 없이 들어차면 상상 이상의 강성을 발휘한다. 물리학에서는 이를 재밍(jamming) 구조라고 칭한다.

속이 뚫린 팔면체를 연결한 신소재 <사진=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재밍을 이용한 소재 개발로 방향을 잡은 연구팀은 재료보다는 구조에 중점을 뒀다. 즉, 어떤 재료로든 만들 수 있는 유연하고 강성이 높은 소재를 짜내기 위해서는 기사들이 입은 사슬 구조 갑옷이 최적의 모델이라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시행착오를 거쳐 팔면체가 재밍 구조를 얻기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속이 뚫린 프레임 형태의 팔면체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3D 프린터와 나일론을 이용해 뽑아낸 신소재는 기사들이 입던 갑옷의 사슬 부분과 느낌이나 모양이 흡사했다. 

금속으로 뽑아내면 강성이 한층 올라간다. <사진=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소재는 외부에서 가해진 힘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됐다. 소재를 비닐로 싸 압축할 경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성을 발휘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나일론으로 만든 신소재를 압축했더니 25배 이상의 강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 무게의 50배를 견디는 힘”이라며 “압축되지 않은 소재 위에 쇠구슬을 떨어뜨리면 26㎜나 휘었지만 진공포장한 결과 3㎜ 미만의 변형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압축하기 전후의 소재 강성 비교 <사진=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속이 뚫린 팔면체들을 서로 연결하면 평소에는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압축하면 빈틈 없이 연결돼 재밍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소재를 알루미늄으로 바꾸면 방탄복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신소재를 방탄 기능이 필요한 전투복이나 군용 장비는 물론 다른 분야에도 폭넓게 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상처가 나을수록 경도가 달라지는 신개념 깁스 등 의료용품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며 “신소재를 이용해 감아서 접을 수 있는 간이형 교량 등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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