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루미네선스(bioluminescence), 즉 생물발광을 이용해 먹잇감을 유인하고 왜소한 수컷이 암컷에 기생해 번식하는 아귀의 외적응은 5500만 년 전 지구를 덮친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적응이란 동식물의 기관이 본래 기능을 버리고 새로운 목적에 따라 적응 또는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예일대학교 진화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월 논문 사전 열람이 가능한 웹사이트 'bioRvix'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아귀 중에서도 심해종인 초롱아귀 및 그와 비슷한 동료 약 160종의 게놈을 분석, 이들의 외적응을 약 5500만 년 전 지구 온난화가 야기했다고 결론 내렸다.

일부 아귀의 외적응은 약 5500만 년 전 발생한 지구 온난화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아귀는 대략 250~300m 수심에 서식하며 일부 종은 햇빛이 닿지 않는 약 3000m 수심의 점심층에서 살아간다. 생물발광하는 더듬이를 이용해 먹이를 유인하고, 일부 종은 몸집이 작은 수컷이 암컷의 몸에 들러붙어 일체화하는 나중에는 정자만 제공하는 번식 도구로 전락하는 성적 기생을 보여준다.

조사를 이끈 예일대 체이스 브라운스틴 교수는 "약 55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메탄이 대기 중에 대량 방출됐다"며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육지는 궤멸됐고 해수온까지 36℃에 이르러 심해 생물까지 죽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해종인 초롱아귀 및 동료 약 160종의 게놈 분석 결과 이들은 가슴지느러미로 얕은 해저를 걸어다녔고, 온난화가 진행되자 심해로 들어갔을 것"이라며 "약 5500만 년 점심층에 진출한 아귀들은 대략 500만 년에 걸쳐 다양한 진화를 이룬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귀는 생물발광을 이용해 먹이를 유인한다. <사진=TED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The brilliance of bioluminescence - Leslie Kenna' 캡처>

연구팀은 바다 점심층이 햇빛이 들지 않고 먹이도 부족한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에 아귀들의 외적응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봤다. 바뀐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던 아귀의 조상들은 기묘한 사냥법이나 성적 기생 등 외적응을 통해 유구한 세월 번영했다는 이야기다.

브라운스틴 교수는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해야 하는 아귀 수컷들은 후각을 발달시켜 암컷을 감지했고, 때로 자신보다 100배 큰 암컷의 몸에 붙어 짝짓기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며 "수컷의 몸이 암컷과 하나가 돼 혈관이나 순환계를 공유하는 성적 기생은 결국 온난화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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