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현장에서 단서를 찾아내는 천재 연쇄살인마 이야기 '덱스터'가 7년여 만에 부활하면서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대한 관심이 크다. 사이코패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숨쉬듯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타인에 대한 공감대가 현저히 떨어지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일컫는다. 드라마 '덱스터'의 주인공은 스스로 연쇄살인마이면서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또 다른 연쇄살인마를 추적한다.

사이코패스는 아주 위험한 존재지만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가 될만큼 커다란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사이코패스의 기원 또는 원인마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는 비단 호기심의 해결뿐 아니라 시리얼킬러의 다음 표적을 예상, 범죄를 막고 흉악범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연쇄살인마 추적을 다룬 미국드라마 '덱스터'. 새 시즌이 곧 선을 보인다. <사진='덱스터' 공식홈페이지>

뇌과학자들은 사이코패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사람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다다르기까지의 경로를 뇌과학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시도들이 이뤄졌다. 그 결과 일부 뇌과학자들은 사이코패스의 뇌가 비정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때문에 일반 흉악범과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도 지적한다. 물론 범죄심리학자들은 이런 견해에 쉽게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헤어 사이코패시 체크리스트
사이코패스 연구에 동원되는 지표 중 '헤어 사이코패시 체크리스트'란 것이 있다. 캐나다의 범죄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기원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지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양한 실험 끝에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헤어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evised)'를 개발했다.

헤어 교수의 사이코패스 판별 지표는 2011년 강력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사용됐다. 당시 헤어 교수는 '헤어 사이코패시 체크리스트'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는데, 사이코패스와 일반 범죄자의 뇌가 각각 범죄행동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행동했는지 밝혀 주목 받았다.

실험 결과 사이코패스의 뇌는 편도체(amygdala)와 전전두피질(frontocortical), 대뇌변연계(limbic system),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 활동이 보통 사람과 확연하게 달랐다. 헤어 교수의 연구결과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관련된 전전두피질이 사이코패스 탄생과 어떻게 관련있는 지 관심을 갖게 됐다. 

■신비로운 영역, 뇌의 전두엽(frontal lobe)

인간의 뇌 각부 <사진=pixabay>

사이코패스를 이해하려면 우리 뇌의 전전두피질이 자리한 전두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뇌의 가장 앞에 자리한 전두엽은 이마와 닿았다고 해서 '이마엽'으로도 부른다. 대뇌에서 가장 큰 피질로 인간이 경험하는 감각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전전두피질과 운동피질(motor cortex), 브로카 영역(Broca's area)으로 구분되며 언어와 감정, 논리적 사고 등 중요한 판단을 내린다.

특히 전전두피질은 전두엽의 기능을 대부분 담당한다. 구조상 복내측(안와)전전두피질과 배측전전두피질로 구분된다. 복내측전전두피질은 뜨거운 인지(hot cognitive), 즉 ▲감정 ▲공감을, 배측전전두피질은 차가운 인지(cool cognitive), 즉 ▲지각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일화기억(에피소드기억, episodic memory) ▲계획 ▲규칙성을 관장한다. 사이코패스들은 대개 복내측전전두피질 활동이 억제된 반면 배측전전두피질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왕성하다. 


■일반인과 다른 사이코패스의 뇌

죄책감이 없는 사이코패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를 계획한다. <사진=pixabay>

우선 사이코패스의 뇌는 공포나 분노, 슬픔, 사랑 등 초기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 활동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들은 두려움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충동적 공격성을 조절하는 편도체가 비정상이므로 사이코들은 대개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사이코패스들의 편도체 이상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실험도 진행됐다. 사이코패스들에게 불편한 상황이나 무서운 얼굴을 담은 사진을 보여준 결과, 이들의 편도체 활동은 일반인에 비해 상당 수준 떨어졌다. 학자들은 편도체 활동이 떨어지면 공포감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타인의 공포에 대한 감정도 둔해진다고 지적한다. 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티켓을 무시하며, 선악의 경계도 모호해 두려움에 떠는 사람을 봐도 별 감정을 못 느낀다. 

인간 감정과 인격의 중추인 전전두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쉽게 말해 감정의 충동에 브레이크가 전혀 듣지 않는다. 살인충동이나 계획, 선택, 자제심, 단기적 또는 장기적 의사결정을 제어하지 못하므로 매우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양심의 거리낌도 없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실제 사례 중 피니어스 게이지(1823~1860)의 사고가 유명하다. 미국 철도기술자였던 피니어스 게이지는 철도시설 건설 현장에서 철봉에 두개골이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다.

하필 전전두피질에 큰 손상을 입은 피니어스 게이지는 이후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원래 자상하고 예의바른 피니어스 게이지는 주변은 물론 가족에게도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며 상스러운 말들을 뱉어냈다. 당시의 뇌과학으로는 피니어스 게이지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지만 뇌 일부가 손상되면서 인격장애로 이어졌다는 판단이 뇌과학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복내측전전두피질 회백질의 문제

금융계 엘리트라는 가면을 쓴 살인마 이야기 '아메리칸 사이코' <사진=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스틸>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데일리(science daily)'에 실린 연구논문에서 사이코패스의 경우 복내측전전두피질의 회백질이 상당히 적다고 지적했다.

복내측전전두피질은 전술했듯 감정과 공감을 관장한다.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할 경우 자제하도록 브레이크를 건다. 이 부위의 회백질이 적으면 당연히 기능이 저하되며, 도저히 살의를 억누르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일테면 사람은 가정이나 학교, 직장 등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싫은 사람이 생길 경우 살의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일반 적으로 살인이 죄악인 점을 인지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도덕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살인은 완전범죄가 힘들다'는 예측이 가능하므로 좀처럼 실행하지 못한다. 여기까지가 정상인들의 생각이다.

이와 달리 사이코패스는 한 번 떠오른 살의를 전혀 제어하지 못한다. 살인을 저지르면 어떻게 되리라는 감정 자체가 없다. 복내측전전두피질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무작정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오히려 사이코패스는 사람이 상처를 받거나 벌을 받는 것을 목격하면 복내측전전두피질 활동이 활발해진다. 


■대뇌변연계·복측선조체의 문제
대뇌변연계는 단기기억이나 에피소드기억 등 인간 기억을 관장하며 감정을 제어하는 편도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즉 감정과 기억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뇌는 대뇌변연계 부피가 일반인에 비해 작다. 이 경우 에피소드기억, 즉 개인이 겪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진다. 

때문에 사이코패스들은 과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이따금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과거 경험에서 자신이 수행한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가능성도 있다.

뇌 전두엽의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는 보수와 동기의 처리를 관장한다. 기대나 의사결정, 이에 따른 보수에 대한 기대심을 제어한다. 사이코패스는 복측선조체의 활동이 정상인보다 활발하다. 즉, 눈앞의 보수에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실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복측선조체 활동이 활발한 경우 사이코패스 지수가 상당히 높았다. 아울러 사이코패스는 이 복측선조체와 전전두피질의 활동조합이 정상 대비 약했다. 즉, 눈앞의 보수에 신경을 쓰느라 자신의 행동(살인 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예측하지 못한다.


■사이코패스 뇌 이상에 대한 견해

통각상실증과 사이코패스를 연결한 영화 <사진=영화 '사이코패스' 스틸>

지금까지 살펴본대로라면, 사이코패스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 뇌 이상으로 탄생하는 존재다. 아주 끔찍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므로 사회와 격리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 주장. 다만 뇌 구조상 책임능력 등이 현저하게 떨어지므로 일반 범죄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7년, 관련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대학 뇌과학자 조시 벅홀츠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인식변화를 주장, 주목 받았다. 사이코패스는 뇌장애 때문에 충동제어와 의사결정에 문제를 안고 있으며, 범죄자이기 이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벅홀츠의 주장이다. 다만 벅홀츠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경계심 자체를 늦추는 것은 동의하지 않았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사이코패스의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범죄학적 관점은 어떨까. 범죄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가 여전히 가면을 쓰고 우리 주변에 숨어있으며, 살인 등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가려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뇌 이상에 따른 병변이므로 일반 범죄와 달리 봐야 한다는 일부 뇌과학자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이코패스 특성상 관련 범죄예방이 최우선이라는 데 많은 범죄심리학자들이 동의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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