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사람처럼 생존을 위해 가축을 키운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결과 밝혀졌다. 딱정벌레나 흰개미가 버섯을 재배하는 것은 알려졌지만 동물이 같은 동물을 기르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연구팀은 ‘카리브해의 보석’으로 유명한 벨리즈의 해양생태계를 연구한 결과, 자리돔의 일종인 ‘롱핀 담셀피쉬(longfin damselfish)’가 생존을 목적으로 곤쟁이(mysida, 새우와 비슷한 형태의 작은 해양생물)를 키우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1~2㎝인 곤쟁이는 수많은 해양생물이 섭취하는 먹이다. 다만 롱핀 담셀피쉬는 자신들이 주식으로 섭취하는 해조류의 좋은 거름이 되는 곤쟁이를 먹지 않고 사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벨리즈 해저의 산호초를 횡단하듯 헤엄치면서 곤쟁이 무리가 롱핀 담셀피쉬들과 얼마나 붙어다니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곤쟁이들이 다른 종의 물고기에 비해 롱핀 담셀피쉬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는 확률이 높았다.
이어 연구팀은 곤쟁이를 잡아먹는 물고기가 접근할 때 롱핀 담셀피쉬의 반응을 살폈다. 이 물고기가 새우를 사육한다면 다른 포식자가 접근할 경우 어떻게든 보호하리라는 추측에서였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곤쟁이를 망에 넣고 롱핀 담셀피쉬를 비롯한 많은 포식자가 헤엄치는 바다에 담갔다. 그 결과, 곤쟁이를 발견한 포식자들이 접근할 때마다 롱핀 담셀피쉬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것이 확인됐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곤쟁이를 각기 다른 포식자의 냄새가 담긴 수조에 풀어놨다. 곤쟁이들은 다른 수조에서는 빠르게 이동하며 예민하게 반응한 반면, 롱핀 담셀피쉬의 냄새가 담긴 수조에서는 평온했다.
연구팀은 롱핀 담셀피쉬와 곤쟁이의 관계가 단순한 공생관계 이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악어나 악어새처럼 일차원적 공생과 달리 롱핀 담셀피쉬는 해조류의 거름을 얻기 위해 곤쟁이를 보호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파악된 동물의 공생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도 게재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