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먼지는 기본적인 존재다. 태양이나 지구 등은 먼지와 가스가 뭉쳐서 만들어졌고, 반대로 소행성이나 혜성 등은 우주 공간에 먼지를 흩뿌리고 다닌다. 태양계에도 먼지가 많이 존재한다.

특히 우주 공간을 떠돌던 먼지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중력에 휘말려 공전 궤도를 따라 함께 도는 것을 '공명 먼지 고리(resonance dust ring)'라고 한다. 이런 공명 먼지 고리는 최근 몇년간 연구결과 지구를 비롯해 수성과 금성 궤도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먼지 고리는 크기와 성질로 인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운데, 과학자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관측 임무를 맡은 STEREO(Solar and Terrestrial Relations Observatory) 탐사위성이나 쌍둥이 탐사선 헬리오스(Helios) 등을 통해 얻은 일부 이미지를 바탕으로 공명 먼지고리 전체의 모델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과학자들은 금성의 공전 궤도를 따라 함께 돌고 있는 공명 먼지 고리 전체를 시각화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NASA가 발사한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의 WISPR(Wide-field Imager for Solar Probe)이라는 장치가 동원됐다. WISPR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하전 입자의 흐름을 포착하기 위한 두 개의 가시광선 측정 장비로 구성된다.

태양빛에 반사돼 밝게 빛나는 행성 간 먼지는 태양풍의 흐름을 관측하는데 방해가 된다. 따라서 WISPR은 특수 이미지 처리를 통해 지나치게 밝은 이미지를 걸러낸다. 거꾸로 말하면 WISPR이 빛나는 부분만 따로 이미지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2019년 8월과 9월에 WISPR 카메라를 조작, 기존에 '잡음' 처리가 됐던 밝은 이미지를 따로 띄워봤다. 처음에는 금성 궤도를 따라 뿌옇게 흩어진 이미지를 태양 활동 영역에서 발견되는 빛나는 고리형의 자기 흐름인 헬멧 스트리머(Helmet streamer)이거나 심지어는 이미지 처리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헬멧 스트리머로 보기에는 너무 컸고 이미지 처리 오류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됐다.

또한 이 뿌연 띠는 금성의 공전 궤도와 완전히 일치했다. 그렇다면 남은 설명은 이제까지 부분적으로 확인됐던 금성의 공명 먼지 고리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 미 해군연구소의 천문학자 기예르모 스텐보그는 "내부 태양계에 있는 먼지 고리 전체가 '백색광' 이미지로 완전히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금성 먼지고리를 재구성해 시각화한 이미지. 먼지 고리 사이로 지구와 수성, 금성은 물론 은하수도 보인다. <사진=기예르모 스탠보그, NASA, 미 해군연구소>

특히 금성의 공명 먼지 고리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어, 추가 연구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먼지고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또 어디로부터 왔는지도 확실치 않다. 다만 과학자들은 태양계를 구성한 원시 구름 중 남은 일부나 소행성 충돌의 잔해,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 등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지난 2019년 다른 연구는 금성의 먼지 고리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먼지가 있으며, 이는 보이지 않는 소행성들이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행성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스텐보그는 "우리는 태양계 전체에 퍼진 먼지에 대해 이제 막 배우는 중"이라며 향후 더 많은 연구 진행에 기대를 걸었다.

이 연구는 지난 7일 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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