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밤 시간대(밤쪽)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녹색 대기광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화성의 대기광은 그간 낮 시간대(낮쪽)에서만 확인돼 왔다. 

유럽우주국(ESA)은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금까지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화성의 밤쪽 가시광선 영역의 대기광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벨기에 리에주대학교와 ESA 공동 연구팀은 러시아우주국(ROSCOSMOS)의 가스 추적 궤도선(trace gas orbiter, TGO)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 이런 결론을 내렸다.

대기광은 대기를 가진 천체의 특정 원자와 분자가 자외선을 에너지원 삼아 빛을 내는 현상이다. 화성의 경우 산소 원자가 산소 분자와 결합하면서 녹색 빛을 뿜는 것으로 추측된다. 

ESA는 "우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본 지구 대기광이 아주 유명하다"며 "이러한 가시광선 대기광은 다른 행성에도 있을 것으로 생각돼 왔지만 화성의 밤쪽에서는 지금까지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화성 대기광을 관측하는 TGO의 상상도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대기광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발생원은 태양광에 분해된 대기 분자가 재결합할 때 내뿜는 빛"이라며 "태양계를 예로 들면 대기광은 지구뿐만 아니라 금성, 목성에서도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ESA와 러시아우주국이 공동 운용하는 TGO는 그간 화성 가시광선 영역의 대기광 관측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TGO에는 적색에서 자외선까지 빛을 파장별로 관측하는 '노마드(NOMAD)' 분광기가 탑재됐다. 그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리에주대학교와 ESA 공동 연구팀은 화성의 밤쪽에서 첫 가시광선 영역 대기광을 특정했다.

ESA는 "관측된 녹색 빛은 산소 원자 2개가 결합해 산소 분자 1개가 되는 과정에서 방출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런 대기광은 지구나 금성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고 전했다.

화성의 밤쪽 대기광 발생의 구조를 상상한 그림. 낮에 이산화탄소 분자가 햇빛에 분해되면서 발생한 산소 원자가 화성을 반바퀴 돌아 밤쪽으로 이동, 산소 분자로 재결합하면서 녹색 빛을 발한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산소에 의한 녹색 대기광은 화성의 극지 고도 40~60㎞에서 가장 강하게 빛을 발했다"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화성의 밤쪽 대기광이 녹색임을 보여준 데 그치지 않고 화성 전체의 대기 순환을 추적하는 값진 정보를 제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천문학계는 녹색 빛의 근원이 되는 산소 원자가 낮 동안 대기광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분해로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산화탄소 분자의 분해는 태양광에 의해 진행되므로 가장 활발한 분해가 이뤄지는 것은 낮쪽이다. 한편 산소 원자가 결합해 대기광이 강하게 빛나는 곳은 밤쪽이라는 점에서 산소 원자가 화성을 반 바퀴 돌아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ESA는 "산소 원자는 불안정하고 다른 분자와 곧잘 결합하는 특성을 생각하면 화성을 반 바퀴 돌아 움직이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며 "대기중 산소의 이런 이동은 금성에서도 확인된 만큼 지구와 비슷한 행성의 대기 순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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