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은 현실은 물론 상상 속의 빛에 대해서도 반응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작용 때문에 다양한 착시 현상이 벌어진다는 게 연구를 진행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연구팀 주장이다.
이 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프런티어 인 휴먼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낸 논문에서 일명 ‘팽창하는 구멍(expanding hole)’ 현상을 응용한 사람 눈동자와 빛의 연관성 실험을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사진 속 검은 점이 점차 커지는 것처럼 보이는 ‘팽창하는 구멍’ 착시가 눈의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우선 위 사진을 잠자코 응시해 보자. 작은 점들 중앙에 자리한 크고 검은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팽창하는 구멍’ 이미지는 뇌를 교묘하게 속여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이동했을 때처럼 동공을 넓히면서 생기는 눈의 착각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이 착시는 인간의 눈동자가 현실의 빛뿐 아니라 상상의 빛에 대해서도 반응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피실험자 50명 중 대부분은 착시를 느꼈지만 7명(14%)은 그렇지 않았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구를 주도한 브루노 렌 박사는 “팽창하는 구멍은 동적 착시로 구멍이나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거나 얼룩이 퍼져나가는 인상을 준다”며 “피실험자들의 눈동자 움직임이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동공의 변화를 관측한 결과 팽창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착시가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은 동공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당초 흰색이던 배경색을 바꾸면 착시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20%로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다만 그 원인 역시 현재 명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했다.
브루노 렌 박사는 “현재 추측 가능한 것은 눈동자가 상상 속 빛에 대해 반응한다는 것”이라며 “점을 바라봤을 때 퍼짐을 강하게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실제 동공도 더 크게 확장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빛이 퍼지는 상상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팽창하는 구멍이 일으키는 효과는 시각적 자극에 대해 뇌와 눈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준다”며 “동공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빛의 변화뿐 아니라 상상으로 느낀 빛의 변화에 대해서도 반응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우리 눈이 물리적 에너지뿐 아니라 어떤 형태든 지각된 빛에 대해 반응한다고 결론 내렸다. 상상된 빛이라도 눈동자는 이를 조정하려 든다는 이야기로, 향후 착각의 메커니즘 규명이나 빛에 따른 또 다른 생리학‧신체적 변화가 발견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