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치아를 돼지 턱뼈에서 성장하게 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돼지 입에서 자란 사람의 치아를 임플란트처럼 식립하는 기술이 개발될지 의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연구팀은 11일 낸 실험 보고서에서 돼지 입안에서 인간 치아 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머지않아 인공물로 만들어진 치과 임플란트를 대체할 바이오 공학 기술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를 모은 뒤 치신경(치수)에서 세포를 채취했다. 이를 돼지 이빨 법랑질 세포와 혼합한 뒤 바이오리액터에 넣고 약 1주일 배양했다.

이후 세포가 증식해 만들어진 치아의 기초를 덩치가 작은 2살 미니피그 6마리의 제3 절치와 제1 소구치를 뽑고 이식했다. 2개월과 4개월 후 살펴보니 50% 확률로 치아가 제대로 성장했다.
연구팀이 굳이 돼지 턱뼈에 사람 치아를 배양한 것은 현재 치과 임플란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치아 임플란트는 티타늄이나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며 이를 턱뼈에 나사로 고정한다.
이때 만에 하나 실수가 있다면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턱뼈가 손상되고 임플란트가 떨어져 버린다. 임플란트에 붙은 세균이 증식해 턱뼈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경우도 있다. 티타늄이 아닌 천연 치아라면 나사 없이 치근막 조직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정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안전하다.

실험 관계자는 "물론 돼지 입에서 자란 치아는 꽤 작고 현재로서는 인간에 이식해도 실용적이지 않다"며 "돼지 바이오 임플란트의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이번 실험으로 바이오공학적으로 만든 치아 세포를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의학계에서는 치아뿐만 아니라 이식용 장기나 조직을 돼지를 통해 배양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2021년에는 돼지 신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실험이 주목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부전 환자에 유전자 변형 돼지 장기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최근 승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