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몸집으로 슈퍼 웜뱃으로 여겨지는 ‘람사이아 마그나(Ramsayia magna)’의 온전한 두개골이 발견됐다. 덕분에 복원된 거의 완벽한 형태의 ‘람사이아 마그나’는 현재 웜뱃과 서식지나 생활상이 많이 달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리피스와 퀸즐랜드 등 호주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2일 국제 학술지 ‘Papers in Palaeontology’에 낸 논문에서 약 8만 년 전 현재의 호주 대륙을 누빈 람사이아 마그나의 새로운 표본을 공개했다.

람사이아 마그나는 현생종 웜뱃의 한 갈래로 거론되는 대형 유대류다. 과거 호주 대륙의 초원에는 람사이아 마그나와 한때 웜뱃의 조상으로 추측되던 디프로토돈, 거대한 캥거루와 코알라 등 유대류가 번성했다.

웜뱃(왼쪽)과 람사이아 마그나의 상상도 <사진=퀸즐랜드대학교·Eleanor Pease>

몸길이 3m에 이르는 디프로토돈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유대목 동물 중 가장 크다. 과거 웜뱃의 조상으로 알려지면서 ‘거대 웜뱃(giant wombat)’이라는 별칭이 생겼지만 진정한 웜뱃의 선조는 아니다.

고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웜뱃의 기원은 소 정도로 큰 파스콜로누스(Pascolonus)와 염소 크기의 세도파스콜로미스(Sedophascolomys), 그리고 람사이아 마그나 정도다. 람사이아 마그나는 체구가 양 정도로 여겨졌고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온전한 화석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관계자는 “람사이아 마그나는 지금까지 치아와 턱 일부 화석만 겨우 발견됐다”며 “때문에 람사이아 마그나가 정확히 어떤 동물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웜뱃보다 큰 슈퍼 웜뱃 정도로 생각됐다”고 전했다.

람사이아 마그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그림 <사진=퀸즐랜드대학교·Eleanor Pease>

연구팀은 퀸즐랜드 에트나 동굴에서 발견된 가장 완전한 람사이아 마그나의 두개골을 토대로 그 몸집을 재현할 수 있었다. 람사이아 마그나의 진화 역사를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웜뱃에는 없는 구멍이 두개골 뒤쪽에 있고 부비강(콧구멍 부위의 뼈 속 공간)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포유류의 뇌를 둘러싼 두개골이 꼭 다른 뼈들과 같은 속도로 자라라는 법은 없다. 포유류의 몸이 크게 진화해도 거기 맞춰 뇌가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람사이아 마그나의 뒤통수 구멍은 거대한 두개골에 어울리지 않게 뇌가 작았다는 것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비강은 다른 멸종된 거대 유대류에서는 발견됐지만 웜뱃 갈래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공간은 저작근이 붙기 위한 면적을 크게 만들 수도 있다. 즉, 람사이아 마그나는 딱딱하거나 질 나쁜 먹이도 곧잘 씹어 먹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람사이아 마그나의 두개골 <사진=퀸즐랜드대학교·Eleanor Pease>

연구팀은 람사이아 마그나는 두개골이 평평한 현재 웜뱃보다 둥근 형태의 머리를 가졌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웜뱃의 평평한 두개골은 지하에서 생활하기 쉽게 진화한 것인데, 머리가 둥근 람사이아 마그나는 구멍을 파고 땅에서 생활하지 않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연구팀은 우라늄 계열 연대 측정법을 통해 람사이아 마그나가 약 8만 년 전 퀸즐랜드 록햄프턴 지역에 서식한 점도 알아냈다. 람사이아 마그나의 흔적이 이보다 북쪽에서도 발견된 점에서 연구팀은 이 생물이 고대 호주 지역의 온대 및 열대의 광범위한 초원에 서식했다고 파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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