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의문의 암각화가 발굴돼 학계가 주목했다. 역사 및 고고학계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고대 문화의 유산일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베네수엘라 시몬볼리바르대학교 호세 미겔 페레즈-고메즈 교수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 카나이마 국립공원에서 지금껏 아무도 몰랐던 암각화군이 특정됐다고 전했다.

연대가 약 4000년 전으로 추측되는 암각화군은 카나이마 국립공원 내 밀림과 초원지대에 우뚝 선 앙헬 폭포(Angel falls) 부근에 숨어있었다. 앙헬 폭포는 비바람에 대지가 깎이고 단단한 지반이 탁상처럼 솟은 산 중심에 자리하며 원주민 페몬족의 숭배를 받아왔다.

이번에 발견된 앙헬 폭포 부근의 암각화. 무늬를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 색상을 임의로 넣었다. <사진=호세 미겔 페레즈-고메즈>

호세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낙차가 큰 앙헬 폭포는 면적 3만㎢에 이르는 카나이마 국립공원 중에서도 특히 접근이 어려운 곳"이라며 "아직 학자들이 모르는 유적이 많은 곳인데, 여기에 아무도 모르는 오래된 암각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교수는 "병풍처럼 펼쳐지는 암각화에는 기하학적 무늬와 다양한 도형, 십자선이 그려졌다"며 "이번 발견은 인공위성과 센서 등을 이용해 대상을 조사하는 원격 탐사 기술과 가상현실(VR) 장비 덕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장대한 암각화를 조사한 연구팀은 유적군이 미지의 고대 문화의 중심지였다고 추측했다. 천연 적갈색 안료 레드 오커와 조각 장비를 이용한 다양한 픽토그램과 무늬가 인상적이다. 암각화는 고립된 암벽이나 낭떠러지에 그려져 그간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암각화군이 발견된 곳은 앙헬 폭포 부근이다. <사진=호세 미겔 페레즈-고메즈>

호세 교수는 "이번 유적군은 지금까지 브라질과 콜롬비아, 기아나 지역에서 확인된 암각화와 형식 면에서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며 "이는 카나이마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의 중심지임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암각화 패턴은 점과 선으로 그려진 단순한 것부터 별과 같은 도형까지 다양하며, 이러한 문양이 대체로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다"며 "생물이나 나뭇잎 등을 원과 직선으로 표현한 것도 있다.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데 의식과 관계됐을 것"이라고 봤다.

미지의 문명의 산물로 여겨지는 베네수엘라 카나이마 국립공원의 암각화 일부 <사진=호세 미겔 페레즈-고메즈>

일반적으로 선사시대 암각화는 사람과 초자연계를 연결하는 수단이었다. 원주민들에게 암벽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조상들과 교류한 성소였고 이들이 환각제를 쓴 점에서 반복되는 문양은 일종의 내시현상을 옮긴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보다 많은 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조사단을 꾸리고 암각화의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는 한편, 원주민과 협력해 유적군의 체계적 기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