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흥분하면 얼굴이 빨개진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은 분노나 수치심 등을 느끼면 얼굴이 벌겋게 되는데, 감정에 따른 이런 얼굴색의 변화가 닭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프랑스 국립 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 연구팀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실험 내용은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을 통해 지난달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소나 돼지, 개, 고양이, 말, 쥐 등 포유류의 표정 연구는 활발하지만, 조류는 그렇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육되는 가금류인 닭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연구소는 감정 변화에 얼굴의 변화를 다각적으로 조사했다.
우선 연구팀은 프랑스 농장을 무작위로 골라 두 품종의 암컷 닭 17마리를 지정했다. 4주에 걸쳐 닭들의 일상적인 행동과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관찰카메라에는 닭이 휴식을 취하고 모이를 먹거나 날갯짓을 하고 모래 목욕을 하는 일상이 그대로 촬영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카메라 영상 속의 닭은 의외로 다양한 상황에 놓이고 그때마다 감정 변화를 겪는 듯했다. 긍정 또는 부정적 감정을 느낀 것으로 생각되는 영상에서 2초 간격으로 이미지를 추출한 연구팀은 이를 확대해 닭의 옆모습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닭의 머리 쪽 깃털 상태가 상황에 따라 변화했다. 휴식이나 날갯짓, 모래 목욕 등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깃털이 둥실둥실 부풀어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농장주가 포획을 시도하는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깃털이 빳빳해졌다.
INRAE 알린 베르텡 연구원은 "특히 닭의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얼굴까지 붉게 변했다"며 "적을 경계하거나 포획의 공포를 느끼는 등 부정적인 감정이 강할 때는 긍정적일 때보다 얼굴의 붉은 기운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연구는 사육되는 닭이 생각보다 민감하게 감정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얼굴을 붉히는 현상은 인간 특유의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돼 왔지만 닭도 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것은 놀랍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조류의 감정 표현이나 인지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닭의 얼굴색 변화가 감정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면 사육 환경 변화 등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