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평소보다 늦게 퇴근한 당신을 향해 고양이가 눈을 치켜뜨고 "야옹"한다면, 그 뜻은 빤하다. "빨리 밥 내놓아라, 집사야!"란 의미다.
하지만 이런 '야옹'은 인간 말고는 거의 들을 수 없다. 인간을 위해 특화된 대화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약 1만년 전부터 인간과 살아왔다. 지난 2017년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200마리 이상의 고양이 DNA 조사를 실시, 기원전 8000년경 고대 아나톨리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인간과 함께 고양이가 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즉 농경시대가 시작되며 쌓인 곡식을 쥐가 먹자 이를 퇴치하기 위해 천적인 고양이를 데려오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의 가축화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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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간과 같이 살기 전에 고양이는 거의 단독으로 행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존 브래드쇼와 샛럴 버몬트의 책 '집 고양의 행동학(The Domestic Cat: The Biology of Its Behaviour)'에 따르면 고양이의 조상들은 다른 종족과 거의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에 목소리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고양이끼리도 얼굴을 맞대는 대신 나무에 몸을 문지르거나 소변을 마킹하는 등 후각을 통해 소통했다.
새끼일 때는 어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울기도 하지만 성체가 되며 '야옹'은 자연히 사라진다. 머서대학교에서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존 라이트 박사는 "아직도 고양이는 이런 방식으로 다른 고양이와 소통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고양이는 인간을 상대로만 '야옹'하는 걸까. 라이트 박사는 "인간은 고양이처럼 후각을 섬세하게 발전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고양이는 인간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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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동 프로세스(Behavioral Processes)'라는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야생고양이는 집고양이 보다 으르렁거리거나 쉿 소리를 내면서 소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 야생고양이가 '야옹'하는 것은 인간 말고도 개나 인형 등 모두에게 무차별적이었다. 결국 '야옹'은 가축화되는 과정에서 고양이가 학습한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이야기다.
고양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하다면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에 나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라이트 박사는 조언했다. 고양이가 야옹할 때 인간이 적절하게 반응하는 게 키 포인트라는 이야기다. 박사는 "야옹에 대해 당신이 충분히 구분하기 쉽고 호의적인 목소리의 답한다면 고양이는 당신과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