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촉수로 사물을 들고 움직이는 희한한 로봇 팔이 등장했다. 딱딱한 금속 집게 형태의 기존 로봇 팔과는 외형은 물론 개념부터 달라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하버드 존 A.폴슨 공학·응용과학대학교(SEAS) 연구팀은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느다란 촉수 여럿을 이용해 물건을 붙잡고 옮기는 로봇 팔(Tentacle robot)을 선보였다.

해파리나 문어를 떠올리게 하는 촉수 로봇 팔은 유리잔이나 관엽식물 등 쉽게 깨지거나 외형이 불규칙한 물건을 간단하게 들어 올린다. 집게 형태에 맞는 물건만 잡을 수 있는 기존 로봇 팔과 달리 촉수는 얼마든 변형이 가능해 물건의 외형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속이 빈 튜브에 압력을 가해 움직이는 촉수 로봇 팔 <사진=SEAS 공식 홈페이지>

접촉부의 상태와 거의 무관하게 물체에 달라붙는 촉수 메커니즘은 락쉬미나라야난 마하데반 하버드대학교 응용물리학 교수의 위상기하학 연구를 토대로 했다. 

각 촉수의 길이는 약 30㎝다. 속이 텅 빈 고무 튜브로, 한쪽을 반대쪽보다 일부러 두껍게 만들어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해파리 촉수처럼 오므라들거나 빳빳하게 펴진다. 튜브 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여러 가닥이 모이면 해파리나 문어가 먹이를 움켜잡는 것처럼 제법 힘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촉수 로봇 팔은 작은 관엽식물이나 장난감 등 표면이 아주 복잡하거나 매끄러운 물건을 쉽게 들어 올렸다. 깨지기 쉬운 유리병 역시 부드럽게 옮겼다.

제작 관계자는 “기존 로봇의 경우 복잡한 형상의 물체를 잡으려면 내장 센서와 피드백 장치, 고도의 기계학습 알고리즘 등 다양한 제어 메커니즘이 필요했다”며 “물체의 겉면에 부드럽게 얽히는 촉수 로봇 팔은 범용성이 뛰어나 공장이나 농가 등 비정형 물체를 다루는 많은 현장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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