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입맛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한여름 기온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식욕이 대체로 떨어지는 이유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텍사스공과대학교(TTU)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기온이 높을 때 사람의 식욕을 저하되는 주된 이유는 체내 호르몬들의 작용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추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추운 곳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온이 올라가면 식욕이 감퇴하는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의 식욕은 우리 몸의 호르몬의 작용에 따라 조절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기온 상승이 사람의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조사 관계자는 "인간 등 동물은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 항상성)라는 특성을 갖는다"며 "뙤약볕 아래서 활동하면 땀이 흐르고 격렬한 운동 뒤에 목이 마르며 체내 칼로리가 줄면 공복감을 느끼는 것은 모두 항상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인체의 수많은 항상성은 체내의 화학 메신저 역할을 하는 호르몬에 의해 유지된다. 위가 비워지면 방출돼 식욕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이나 위장이 채워지면 뇌에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렙틴이 대표적이다.

이 호르몬들은 체온과 허기, 갈증 등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신호를 보낸다. 시상하부에는 공복감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특수한 뉴런 덩어리가 존재한다. 그렐린은 공복과 관련된 AgRP(아구티 관련 펩타이드) 뉴런을, 렙틴은 포만감을 형성하는 POMC 뉴런을 각각 자극한다.

몸이 축축 처지는 한여름에는 사람은 물론 동물들도 식욕이 떨어진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연구에서 뇌에는 체온이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모양을 바꾸는 단백질이 있음이 드러났다"며 "2020년 쥐 실험에서는 기온이 낮으면 이 단백질이 AgRP 뉴런에 정보를 보내 공복감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연구에서는 기온이 오르고 체온이 상승하면 열을 감지하는 단백질이 POMC 뉴런을 활성화해 포만감을 높이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온도가 체내의 복잡한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여전히 조사가 필요하지만, 공복감이나 포만감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먹고 마시는 것은 우연의 산물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뭔가 섭취하는 것은 뇌가 칼로리와 수분량, 최적의 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식욕을 조절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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