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0년 전 사용된 것으로 생각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포가 발굴됐다. 대포는 1540년 미국 남서부에 상륙한 스페인 탐험가 프란시스코 바스케스 데 코로나도와 관련된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렸다.
미국 고고학자 데니 세이무어 박사 연구팀은 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485년 전 전투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대포를 소개했다.
청동으로 제작된 이 대포는 길이 약 1.07m, 무게 약 18㎏의 경량 무기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스페인 탐험가들이 싸움을 벌인 유적에서 나온 점에서 1540년부터 1542년 애리조나를 통과한 코로나도 원정대의 것으로 추측됐다.

데니 세이무어 박사는 "대포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만든 벽돌 건물 바닥에서 나왔다. 크기나 무게로 미뤄 2명이 조작했고 구조물이나 삼각대를 버팀목으로 썼을 것"이라며 "코로나도는 미국 중부에 보물이 가득하다고 믿고 군대를 동원했지만 황금도시를 찾지 못하자 대륙을 횡단하며 땅을 점령하고 원주민을 노예로 삼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대포가 코로나도 원정대와 관련된 무기 중 처음으로 온전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도 원정대는 현재의 캔자스 주 중앙부까지 진군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포가 나온 곳은 이들의 정착지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데니 세이무어 박사는 "정착지는 아메리카 원주민 소바이푸리 오덤 족의 공격을 받았고 양자가 벌인 전투 흔적은 지금도 확인된다"며 "대포의 연대 측정 결과를 보면 전투는 아마 1541년 벌어졌고 싸움이 끝난 직후 무기들은 방치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여러 양식을 보면 대포는 1400년대 중기~후기에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아메리카대륙 원정 시점에서 구형 무기였기 때문에 먼 원정길까지 동원되지 않았고 코로나도가 스페인으로 돌아갈 때 버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간결한 디자인으로 미뤄 대포가 스페인이 아닌 멕시코 또는 카리브해 지역에서 주조됐을 가능성을 점쳤다. 1400~1500년대 스페인에서 만든 무기는 휘황찬란한 장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해당 무기가 신세계에서 제작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총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데니 세이무어 박사는 "또 다른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이 대포가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 또 스페인 사람들이 미국 애리조나 남부에서 어떻게 원주민에 패배했는지 자세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