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식이 심각한 식량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식용 개미의 맛을 철저하게 분석한 보고서를 내놔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리우창치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털개미와 베짜기개미 등 식용으로 인정받은 개미 4종의 풍미와 향을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3월 미국화학회(ACS) 정례 회의에서 먼저 공개됐다.

연구팀은 곤충식이 아주 유망한 미래 식량이고 동남아시아나 남미 일부 국가에서 식량으로 정착했지만 아직 거부감이 강한 만큼 맛을 제대로 따져보기로 했다.

조사에 동원된 것은 미국에서 유통되는 식재료 털개미와 가위개미, 푸른베짜기개미, 가시개미다. 연구팀은 이 개미들이 가진 풍미의 근원이 되는 냄새 화합물을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장비로 들여다봤다.  

개미는 귀뚜라미, 메뚜기와 더불어 곤충식을 대표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리우창치 교수는 "열거한 식용 개미는 겉보기와 달리 고기나 빵을 구운 듯한 고소함이 특징이며 캐러멜 같은 달콤한 냄새도 났다"며 "알케인 같은 개미 페로몬은 고농도라도 인간은 냄새로 구분할 수 없는데, 이런 이유로 별다른 향이 없는 개미도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털개미는 식초 같은 시큼한 냄새가 특징이다. 레몬 맛이 나 일부 마니아들은 심심한 요리에 향신료처럼 곁들여 먹는다. 이런 맛과 향은 털개미의 독샘에서 분비되는 포름산이 원인이다. 또한 털개미에서는 동료에 위험을 알릴 때 분비하는 알케인도 다량 검출됐다.

가위개미는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털개미와 달리 포름산이 없어 식초 냄새나 신맛이 나지 않는다. 이 개미는 나무나 견과류, 동물성 지방과 흡사한 냄새를 풍긴다. 이는 가위개미 특유의 알데히드가 원인으로 생각된다.

레몬 향과 맛이 나는 털개미는 새우 같은 해산물 요리에 양념처럼 곁들여 먹는다. <사진=ACS 공식 홈페이지·리우창치>

리우창치 교수는 "가위개미의 견과류 비슷한 고소한 냄새는 고기나 빵 조리 시 만들어지는 화합물 피라진이 원인"이라며 "가위개미 종류는 피라진을 이용해 사냥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푸른베짜기개미는 달콤한 캐러멜 맛과 향이 진하다. 이는 피롤 화합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베짜기개미 종류는 질소 유기 화합물의 일종인 아민 류도 많아 이따금 건초나 오줌 냄새를 풍겼다.

마지막 가시개미의 맛과 냄새는 털개미와 비슷했다. 이는 가시개미가 털개미와 마찬가지로 성충이 포름산을 다량 함유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털개미에 익숙해진 미식가라면 가시개미 역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고소한 풍미가 인상적인 가위개미는 요리의 감칠맛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사진=ACS 공식 홈페이지·리우창치>

리우창치 교수는 "우리 연구는 영양가가 높고 지속 가능한 식재료로 주목받는 개미의 실제 맛과 냄새를 진지하게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곤충식은 여러 국가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이거나 이미 유통하고 있지만 과학적인 맛 분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실험 결과 식용 개미는 요리의 풍미를 높여주는 기능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더 많은 식용 곤충의 맛과 향을 조사하고 암수의 풍미 차이, 알의 활용 가능성, 구체적인 영양 정보 등 체계적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아직 양식 체계가 잡히지 않은 곤충식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낮출 방법도 함께 알아볼 방침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