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동료를 빼내기 위해 멧돼지 무리가 벌인 ‘구출작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상황은 멧돼지들의 사회성을 알아보기 위해 대학 연구팀이 기획한 실험 도중 벌어졌다.

체코 프라하 체코생명과학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야생 멧돼지들을 동원한 감금 실험에서 놀라운 동료애와 사회성, 공감능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멧돼지가 실제 서식하는 산중에 널찍한 구조의 우리를 설치했다. 이 우리는 멧돼지가 진입하면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덫이었다. 우리 상단에 걸쳐진 통나무 두 개가 문이 닫히면서 내려오는데, 다시 문을 열기 위해서는 이 통나무를 제거해야 하는 구조였다.

멧돼지 사회성 확인을 위해 설치된 덫 <사진=프라하 체코생명과학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우리 설치 직후 연구팀은 어린 멧돼지와 성체 멧돼지가 각각 1마리 걸려든 사실을 확인했다. 뜻밖에 우리에 갇힌 멧돼지 두 마리는 흥분한 듯 벽으로 돌진하거나 뛰어다니며 울어댔다. 연구팀은 우리 주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멧돼지 동료들이 이들을 구하러 오는지 살폈다.

한밤중이 되자 암컷을 포함한 동료 멧돼지 8마리가 우리 주변으로 몰려왔다. 암컷 멧돼지는 털을 잔뜩 곤두세우고 문을 몇 차례 두드리더니 통나무가 걸린 걸 알아보고 옆 방향으로 돌진했다. 몇 차례 시도 만에 멧돼지는 통나무를 우리 밖으로 밀어냈다.

우리에 갇혔던 멧돼지 두 마리는 잠시 뒤 안쪽에서 문을 밀어젖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에서 나온 멧돼지는 무리와 섞여 곧장 서식지로 돌아갔다.

갇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몰려온 멧돼지 무리 <사진=프라하 체코생명과학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멧돼지 동료들이 보여준 구출작전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의미하는 지표들로 가득하다고 분석했다. 실험 관계자는 “사진 a와 비교하면 b~f의 암컷 멧돼지는 모두 털이 곤두서 있는데, 이는 우리에 갇힌 동료의 스트레스를 공감하는 듯하다”며 “이는 동료의 절박함을 이해하는 멧돼지의 공감 능력, 즉 ‘정서 전이(emotional contagion)’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궁지에 빠진 동료를 확인한 멧돼지들은 자신들도 잡힐 위험성을 알면서도 도우려 했다”며 “멧돼지들이 아무 이득이 없다는 걸 알면서 동료를 구하려 어떤 중요한 행동을 취한 점은 높은 사회성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멧돼지 새끼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번 구출작전에서 멧돼지들이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갇힌 두 마리가 안에서 문을 밀고 나오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통나무를 옆으로 빼내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은 점은 멧돼지의 뛰어난 지능을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실험 관계자는 “돼지는 고통 받는 동료를 보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끙끙대거나 고뇌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구출작전은 멧돼지과 동물들에게 끈끈한 공감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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