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감염 예방을 위해 착용했던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캐나다 약물중독 및 정신건강 조사 기관 CAMH(Centre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마스크를 벗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일명 ‘팬텀 마스크 증후군’이 급증세라고 전했다.

‘팬텀 마스크 증후군’은 엔데믹 시대, 더 이상 의무가 아닌 마스크를 다양한 이유로 벗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미 습관이 된 마스크를 벗는 행위 자체가 심신에 영향을 준다는 호소가 각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 증후군은 마스크를 벗고 외출해도 아직 마스크를 착용한 것처럼 느끼거나, 벗으면 즉시 통증이나 불쾌감이 엄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뒤에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pixabay>

CAMH 보고서에는 ‘팬텀 마스크 증후군’의 실제 사례가 여럿 포함됐다. 캐나다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는 카렌 케빈스(35)라는 여성은 애초에 마스크 착용을 싫어했고,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누구보다 맨얼굴로 생활할 것을 기대했다. 다만 마스크를 벗은 첫날부터 두통과 어지러움, 무력감, 위통 등 다양한 증세에 시달렸다.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한 그는 곧바로 PCR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한 뒤에서야 자신이 최근 유행하는 ‘팬텀 마스크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CAMH는 SNS에 다양한 경험담이 올라오며 이름 붙은 ‘팬텀 마스크 증후군’이 새 정신질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마스크를 벗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샤워할 때,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CAMH 관계자는 “더욱 심각한 것은 증후군이 심할 경우 뚜렷한 불쾌감이나 통증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라며 “이런 강박이 불안증 세로 발전하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악화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거의 모든 국가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사진=pixabay>

학자들은 이 증후군이 마스크를 잘 착용해온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강화되던 때 적극 동참한 사람이 많은 지역일수록 ‘팬텀 마스크 증후군’ 보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CAMH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마스크 착용이 보편적이던 일본의 경우 ‘팬텀 마스크 증후군’ 보고가 적은 편”이라며 “마스크를 코로나 외의 목적으로 쓰던 사람들은 강박이 적은 점으로 미뤄 이 증후군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례가 없는 무더위가 예고된 올여름을 기점으로 실외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는 실내 및 대중교통, 공공시설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 또는 ‘권장’하며, 실외 착용 의무는 거의 해제한 상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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