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 등 일부 어류에서 관찰되는 성전환의 원인이 산화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별에 따라 덩치가 다른 어종의 선별 양식에 응용될 이번 연구를 놓고 일부에서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일본 구마모토대학교와 아사히카와의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송사리 같은 일부 어류가 부화한 뒤 성별이 바뀌는 것은 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스트레스의 영향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송사리가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이 바뀌는 과정에서 산화스트레스를 확인했다. 산화스트레스는 활성산소가 너무 많이 생성되며 벌어진다. 산화스트레스가 체내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세포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고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 때문에 면역체계가 붕괴되고 치명적인 병이나 노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송사리 등 일부 어류는 부화 뒤 성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성염색체 조합으로 성별이 결정되지만 일부 어류는 생후 환경에 따라 성별이 달라진다”며 “물고기 양식의 경우 성장이 빠른 암컷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발견은 수컷 부화를 막는 기술 개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송사리가 알로부터 부화한 후 성이 뒤바뀌는 시기는 대략 5일이다. 이 기간에 32~34℃까지 수온을 높인 결과 암컷이 수컷으로 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화 5일 내의 암컷 송사리를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하기 쉬운 과산화수소를 함유한 수조에서 키웠더니 수온을 높이지 않아도 약 30%가 수컷으로 성전환됐다.

실험 관계자는 “수온을 높이면 송사리 체내에서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호르몬 코르티솔이 분비된다”며 “자세한 메커니즘은 추가 연구로 밝혀야 하지만 일단 코르티솔이 생식선에 작용하면서 암컷이 수컷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선 소비가 많은 일본은 덩치가 큰 개체의 생산을 위한 실험이 활발하다. <사진=pixabay>

이어 “유전자 해석 결과 수컷이 된 송사리 체내에서는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항산화 효소가 증가했다”며 “활성산소가 과다 발생하면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스트레스가 수컷 성전환 역시 촉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연구팀이 발견한 송사리 성전환 메커니즘이 다른 물고기에게도 적용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양식 방법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일례로 광어는 수컷보다 암컷 성장이 빠른데, 같은 기간 키워도 출하 시 암컷의 몸집이 수컷보다 약 1.5배 크다. 즉 이번 실험을 바탕으로 광어를 성전환, 암컷 생산을 늘릴 수 있다면 양식업계 소득 증가로 연결된다.

이번 연구는 생물의 강제 성전환 방법을 알아냈다는 점에서 윤리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수산물 소비가 많은 일본은 생선의 성전환 연구가 활발해 관련 논쟁이 자주 벌어진다. 일본 긴키대학교는 지난 10월 캐비아의 원재료가 되는 철갑상어 알을 대량으로 얻는 ‘슈퍼 암컷’의 존재를 증명해 동물 보호 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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