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인터넷을 가능하게 해주는 데이터 전송 규약 와이파이(Wi-Fi)를 이용해 사람의 건강을 실시간 체크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NIST)는 15일 국제 저널 ‘IEEE Access’를 통해 사람들이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를 통해 호흡기 이상을 감지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연구소는 와이파이 전파가 모든 사물에 튕기면서 전송되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인간의 몸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람의 사소한 움직임이 라우터와 스마트폰 사이를 수없이 오가는 전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소는 사람 호흡의 사소한 변화를 와이파이로 감지, 누군가 호흡곤란 등 긴급 상황에 빠진 건 아닌지 감지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신기술은 단말기에서 라우터 등 액세스 포인트로 송신되는 일련의 신호인 CSI, 즉 채널 상태 정보를 이용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송신되는 CSI는 항상 같으며, 액세스 포인트는 이를 파악하는 구조”라며 “CSI가 물체나 사람들 사이를 날아다닐 때 발생하는 미세한 왜곡, 일테면 사람이 호흡할 때 가슴 및 배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정상 호흡인지 진단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연구소는 밀폐된 공간에서 와이파이를 사용, 사람의 호흡을 감지했다. 호흡기 구조를 재현한 의료용 더미를 설치하고 각종 가슴 움직임이 CSI 신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록했다. 이를 다시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각 호흡을 구별했다.
실험에 동원된 와이파이 신호는 일반에서 널리 사용하는 라우터와 수신 장치를 이용해 구현했다. 더미의 모의 호흡을 측정한 결과를 학습한 AI는 정상 또는 비정상 패턴을 최대 99.54% 정확도로 구분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와이파이를 센서 대용으로 활용하는 기술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꾸준히 연구된 분야”라며 “이번에 개발된 방법은 누구나 쓰는 스마트폰 앱과 알고리즘을 설치한 라우터만 있다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히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특히 독거노인 등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