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염가판 관들의 판매가 꾸준하다. 가격은 2만엔 정도로, 보통 10만엔이 훌쩍 넘는 일반 관에 비해 꽤나 저렴하다. 염가판 관은 최근 일본사회에서 유행하는 셀프장례 트렌드에 맞춘 상품으로, 생의 마지막을 직접 준비하려는 현지인들의 의식변화를 보여준다.

11일 기준 아마존재팬에서 판매되는 관은 개당 약 2만엔 안팎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색상도 일반 나무색부터 핑크색까지 다양하고, 내부에 들어가는 천이나 망자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창 등이 제대로 갖춰졌다. 물론 가격이 더 나가는 관도 있지만 그래봐야 5만엔 정도로 일반 관에 비해서는 값싸다. 

이런 염가판 관이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된 시기는 5년여 전이다. 셀프장례, 드라이브스루 장례식, 시신호텔 등 기상천외한 장례 관련 비즈니스가 시작된 때와 비슷하다. 

아마존재팬에서 판매되는 2만엔대 염가판 관 <사진=아마존재팬 홈페이지>

온라인으로 관을 판매하는 한 업체는 J캐스트뉴스와 인터뷰에서 "6년 전부터 온라인에 관을 내놨다. 아마존에 처음 제품을 올렸을 때만 해도 팔릴까 내심 불안했다"며 "셀프장례, 가족장 등이 많아지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매출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능한 비용을 덜 들이려는 장례 간소화 움직임은 이미 트렌드"라며 "일본사회는 현재 홀로 죽음을 맞는 인구가 늘고 있으며,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려는 소비자 심리가 이런 상품 판매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은 수년 전부터 셀프장례가 유행이다.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슈카츠(終活) 트렌드를 대표하는 것이 셀프장례로, 테즈쿠리소우기(手作り葬儀) 혹은 DIY장례라고도 한다. 유족이 별도의 장례 의식 없이 망자를 집이나 병원에서 화장하는 쵸쿠소(直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셀프장례는 상조회사를 끼지 않고 각종 장례용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는 게 핵심이다. 운구차량과 화장시설도 저렴한 곳을 섭외한다. 이렇게 치르는 장례비용은 5만~7만엔(약 70만원)가량으로, 종래의 장례식 대비 5배 이상 덜 들어간다.

수의나 관, 납골함 등 장례용품 가격을 비교하는 웹사이트도 증가세다. 후기도 남길 수 있어 다른 구매자가 참고할 수 있다. 세세하게 준비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10만엔 내외의 장례상품 패키지도 인기다.

카나가와현에 자리한 시신호텔 <사진=소우소우 홈페이지>

일본에서는 시신호텔과 드라이브스루 장례식도 하나의 비즈니스로 자리를 잡았다. 도쿄의 경우 화장 대기기간이 여전히 1주일 넘게 걸리곤 하는데, 그간 시신을 모실 호텔이 1박에 7000엔에서 2만엔대에 성업 중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도쿄의 연간 사망자 수는 11만명으로 매일 평균 300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화장장은 10곳 뿐이다. 화장장이 5개(화장로 72기)인 오사카는 현재 대기시간이 이틀로 도쿄보다 짧지만 화장시설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에 등장하는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 <사진=노리모노뉴스>

거동이 불편한 문상객을 위해 2년 전 등장한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대표적인 조문 형태가 됐다. 전처 또는 전남편, 채무관계가 있는 사람 등 유족과 관계가 껄끄러운 조문객들이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을 몰리는 현상을 현지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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