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1970년대 운용한 탐사선이 화성 생명체를 뜻하지 않게 제거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독일 베를린공과대학교(TUB) 행성학자 더크 슐츠 박사 연구팀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NASA가 바이킹 계획에 의해 1975년 8월과 9월 각각 발사한 바이킹 1호와 바이킹 2호가 의도치 않게 화성 생명체를 파괴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킹 계획은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 토양을 분석하고 기후 및 주위 환경을 조사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파악하는 프로젝트였다. 바이킹 1호와 2호는 화성 지표면에 내려앉아 여러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건조 기후에 적응한 미생물을 죽였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더크 슐츠 박사는 "1970년대 화성에 대한 학자들의 지식은 지금과 천양지차였다. 당시 실시된 생명체 탐지 시험은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대사와 광합성 흔적을 확인하기 위한 표지 원소 방출 실험과 열분해 방출 실험에서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 교환 실험에서는 화성의 흙에 생명의 흔적은 없다는 절망적인 결과가 나왔고 유기 화합물 유무를 조사하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프 질량 분석에서는 생명의 흔적이 검출됐지만 이후 분석에서 세정작업에 의한 오염이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바이킹 계획 관계자들은 화성의 토양에 유기화합물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생명체가 있을 리 없다고 추측했다. 이를 근거로 당시 고위급 관계자들은 화성에 생물의 흔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표지 원소 방출 실험과 열분해 방출 실험이 야기한 일종의 부작용에 주목했다. 더크 슐츠 박사는 "50년 전 학자들은 생명이 살려면 물이 많을수록 좋다고 여겼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생명은 바싹 건조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며 "그런 생명에게 물은 오히려 위험하다. 화성의 건조한 기후에 애써 적응했는데 과도수분증(hyperhydrating)에 걸렸으니 익사와 다를 바 없다"고 아쉬워했다.

박사는 "바이킹 계획 당시 열분해 방출 실험에서 검출된 생명체 흔적은 샘플에 물을 첨가하지 않을 때 더 강하게 반응했다"며 "당시 채취한 화성의 흙에 실제 생명이 있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건조한 환경에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사는 생명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 가설로 가스 크로마토그래프 질량 분석 결과 유기화합물이 검출된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프 질량 분석은 사전에 샘플을 가열한다. 만일 화성의 생명에 과산화수소가 포함됐다면, 해당 생명체는 불타 죽는 동시에, 과산화수소가 주위의 유기 분자와 반응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상황은 바이킹 계획에서 검출된 결과와 딱 일치한다.
더크 슐츠 박사는 "바이킹 계획으로부터 거의 50년이 지났고 화성에 대한 학자들의 이해는 훨씬 깊어졌다"며 "NASA는 물 이외의 것, 즉 함수 화합물(분자 형태로 결합된 물을 포함한 화합물)이나 염류 같은 흡습성 화합물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