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390㎞ 떨어진 웨일즈의 해변 도시 펨브로크셔는 얼마 전부터 관광 명소가 됐다. 북극에 사는 바다코끼리가 우연히 이 곳에 머문다는 사실이 지난달 중순 BBC 등에 보도된 까닭이다.

'월리(Wally)'라는 이름까지 얻은 5세 암컷 바다코끼리는 북극으로부터 수천㎞나 떨어진 이 곳에 우연히 도착했다. 현재는 아일랜드 해변을 한가롭게 돌아다니거나 장난을 치며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특히 부활절 연휴인 지난 주말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제트스키나 서핑보트를 이용해 바다 쪽에서 바다코끼리에게 접근하려는 사람이 나오자 동물단체들이 호소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영국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와 아일랜드해양동물구조(Welsh Marine Life Rescue)를 포함한 7개 단체는 야생동물법에 의거, 보호 대상인 월리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펨브로크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월리 <사진=아일랜드 해양동물 구조 페이스북>

바다코끼리가 이곳까지 오게된 과정은 꽤 흥미롭다. 월리는 지난 3월 14일 아일랜드 케리카운티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이후 지나가던 배를 얻어타고 450㎞ 더 떨어진 펨브로크셔에 도착했다. 당시 목격자들은 월리가 배 위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으며, 송아지만한 월리가 작은 배 위로 오르려고 할 때에는 배가 뒤집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초 케리타운티까지 흘러온 과정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해양생물학자들은 빙산 위에서 잠들었다 함께 떠내려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다코끼리는 북극권 남쪽에서 흔히 발견되며, 얕은 물에서 조개를 사냥하고 해변과 빙산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아일랜드 해변에서는 1897년 처음 발견됐고, 이후 24마리 정도가 보고됐다.

이번처럼 남쪽 멀리서 발견된 북극 동물은 바다코끼리 말고도 더 있다. 2018년에는 런던 인근의 그레이브젠드시에 흰돌고래가 나타났고, 1949년 런던 템즈강과 메드웨이 운하에서는 외뿔고래 두 마리가 목격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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