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신비로운 섬광은 번개가 아닌 유성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밤하늘을 밝히는 금성은 의문의 발광 현상이 전파 관측을 통해 계속 확인돼 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연구팀은 논란이 계속되는 금성 표면의 섬광이 대기의 방전 현상, 즉 번개가 아닌 유성일 가능성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년 넘게 논쟁이 이어지는 금성 섬광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이 발사한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아카츠키'는 금성 대기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2010년 5월 발사됐다.
번개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 현상이지만 지구 외에서 그 존재가 확인된 건 목성과 토성뿐이다. 나머지 태양계 행성에서도 가끔 번쩍이는 불빛이 관측되는데, 이것이 번개라고 입증된 바는 없다.
연구팀은 금성의 섬광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운석이 타며 일어나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금성에도 지구만큼 많은 운석이 떨어진다고 본 연구팀은 '아카츠키'가 일정 기간 잡아낸 금성 일부 지역에서 잡아낸 대기의 운석 수와 지상 천문대가 포착한 금성 섬광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 정보가 대략 일치했다.
조사 관계자는 "지금껏 금성의 번개로 여겨졌던 섬광의 대부분은 금성의 지표면 100㎞ 상공에서 타버린 운석, 즉 유성의 빛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번개는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으로 여겨지는 금성의 대기에 극소량의 물이 있다는 추측에서 비롯된 가설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금성의 대기에서 번개가 친다는 가설은 제법 오래됐다. 미 항공우주국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를 비롯해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이 플라이 바이를 이용해 금성 대기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증거는 잡아내지는 못했다.
조사 관계자는 "금성 대기에 번개가 없다는 소식에 일부 학자들은 실망하겠지만, 향후 금성을 조사하는 데 있어 이는 분명 희소식"이라며 "금성에 번개가 치지 않는다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향후 이 천체에 파견할 탐사선들은 낙뢰를 버틸 장비가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NASA는 오는 2030년대 초 탐사선 '다빈치(Deep Atmosphere Venus Investigation of Noble Gases, Chemistry and Imaging, DAVINCI)'를 금성 대기권에 보낼 예정이다. 이 탐사선은 금성의 구름 속에서 100일 이상 떠다니며 대기 조성을 관찰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