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한 은하의 중심부에 접근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한 쌍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두 관측 장비를 통해 확인됐다. 복수의 파장을 이용한 천문학적 관측 결과로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NASA는 16일 공식 SNS를 통해 허블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이 천문학적으로 초근접 상태인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천체물리학회지(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먼저 소개됐다.
허블과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이 잡아낸 초대질량 블랙홀 한 쌍은 은하 'MCG-03-34-64'와 거리가 천문학적으로는 가까운 300광년에 불과하다. 쌍성 사이의 거리 역시 가까운 것으로 파악됐다.

NASA 관계자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쌍은 합체된 은하 'MCG-03-34-64'의 중심부에 계속 접근하고 있다"며 "두 블랙홀은 주위의 가스나 먼지를 마구 먹어치우고 있으며, 그 때문에 아주 강력한 빛과 제트를 내뿜는다"고 설명했다.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은 허블우주망원경이 'MCG-03-34-64' 은하의 밝은 점 3개를 관측하면서 정체가 드러났다. 가시광으로 파악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NASA는 'MCG-03-34-64' 내의 좁은 영역에 산소가 농축됐다고 의심했다. 찬드라 X선 망원경에 의한 추가 관측 결과 광원 중 2개는 X선을 방출하는 초대질량 블랙홀로 확인됐다. 은하 중심에 자리한 이러한 영역을 활동 은하핵이라고 하며, 때때로 은하 전체보다도 강한 빛을 발한다.
NASA 관계자는 "두 블랙홀의 거리가 멀지 않을 뿐 아니라 지구와의 거리는 대략 8억 광년"이라며 "허블의 가시광, 찬드라의 X선 등 복수의 파장으로 관측된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 중에서는 지구와 가장 가깝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지구에 보다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 쌍도 이미 발견됐지만 전파를 이용해서 검출한 것들"이라며 "이번에 관측된 초대질량 블랙홀은 각각 다른 은하에 있던 것이지만 은하가 충돌하면서 지금처럼 근접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의 거리는 향후 점점 가까워질 전망이다. 일정 거리에 다다르면 서로가 빙글빙글 나선을 그리듯 접근하면서 중력파를 발하게 된다. 이 무렵 블랙홀 쌍성은 서로 각운동량을 잃고 더 접근하고, 방출되는 중력파는 점점 빨라진다. NASA는 이들 쌍성이 1억 년 지나면 충돌할 것으로 봤다.
천문학자들은 수십억 년 전 초기 우주에서는 은하끼리 결합이 지금보다 빈발했고, 이번과 같은 활동 은하핵 연성도 일반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MCG-03-34-64'의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이 지구와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초기 우주의 상황을 관찰하고 유추할 귀중한 자료라고 NASA는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