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임의로 투명하게 만들어 장기를 훤히 들여다보는 획기적인 기술이 실현됐다. 기상천외한 이 방법은 과자에 흔히 함유되는 식용색소가 힌트가 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과자나 시럽에 들어가는 식용 착색료를 사용해 살아있는 쥐의 피부를 투명하게 하고 내장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피부와 근육은 단백질과 지방, 체액 같은 굴절률이 다른 다양한 물질로 가득하다. 빛을 쏘더라도 피부를 구성하는 여러 물질의 굴절률 차이 때문에 산란돼 그 아래를 비출 수는 없다.

온몸의 피부가 투명한 유리문어. 쥐에 식용색소를 발라 피부를 유리문어처럼 투명하게 만드는 실험이 성공했다. <사진=슈미트해양연구소 공식 페이스북>

스탠퍼드대 지하오 어우 연구원은 "생체 조직에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염료를 스며들게 하면 조직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굴절률 간극이 메워지면서 투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먼저 연구팀은 이론물리학을 응용해 특정 분자가 쥐의 조직과 빛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바꾸는지 예측하고 염료 후보군을 좁혀나갔다. 맨 마지막에 남은 것은 과자나 시럽, 젤리, 화장품에 널리 사용되는 착색료 타트라진(황색 4호)이었다.

지하오 연구원은 "타트라진을 물에 녹이면 이 용액은 마치 지방처럼 빛을 휘게 만들었다"며 "수분과 지질을 포함한 피부 같은 조직에 타트라진을 첨가하면 액체 성분의 굴절률이 지방과 일치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타트라진을 쥐의 피부에 발라 피부를 투명하게 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얇은 닭가슴살에 바르자 그 아래 적힌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사진=스탠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쥐 실험 전 생닭 가슴살을 얇게 저민 뒤 타트라진을 발라 투명해지는지 기다렸다. 연구팀 추측대로 타트라진을 바르기 전에는 닭가슴살 아래 글자가 흐릿했는데, 놀랍게도 투명해져 뚜렷하게 보였다.

이어 연구팀은 살아있는 쥐의 두피에 타트라진 용액을 문질러 투명해지는지 실험했다. 염료가 피부에 완전히 확산되자 쥐의 두개골 표면을 흐르는 혈관을 초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었다.

지하오 연구원은 "같은 실험을 쥐의 복부에 실시하자 불과 몇 분 만에 용액이 침투해 간과 소장, 방광 등 장기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며 "장의 근육이 수축하거나 심장 박동에 따른 내장의 미묘한 움직임까지 알아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쥐의 두피에 타트라진을 바른 뒤 변화를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스탠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우리가 개발한 방법은 가역성이 뛰어나 씻어내면 피부는 원래대로 말끔하게 돌아갔다"며 "체내에 흡수된 타트라진도 48시간 내에 소변으로 모두 배출됐다. 실험 쥐에서 미미한 염증이 관찰됐지만 건강 상 장기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간의 피부는 쥐보다 몇 배 두꺼워 타트라진이 깊이 흡수되기 어렵기 때문에 실험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계는 생체 적합성이 입증된 타트라진은 저렴하고 피부를 투명하게 하는 데는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아 이번 방법이 장기 연구를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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