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가 분비하는 독의 환각물질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 가능성이 영국 제약사에 의해 제기됐다. 일명 사이키델릭 약물의 효능에 주목한 이 신생업체는 이번 연구결과로 무려 8000만 달러(약 930억원)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영국 벡클리 사이텍(Beckley Psytech)은 24일 공식 채널을 통해 두꺼비 독에 포함된 환각성 화합물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로 8000만 달러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늘어나는 우울증 환자에 비해 항우울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사이키델릭 약물에 주목했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LSD나 실로시빈 등 환각성 약물들을 1급 규제 대상으로 정해 유통을 금지한다.
사이키델릭 약물은 미국 심리학자로 생물학에도 정통한 티모시 리어리 박사가 1960년대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주목받았다. 박사는 실로시빈 같은 강력한 환각 약물이 정신의학적 치료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사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환각제를 사용했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미국 정부 판단에 따라 박사는 구속됐지만 극단적 치료법인 사이키델릭 요법이 정신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사이키델릭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2억64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30%가량은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중독성 등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치료 목적으로 환각제를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면서 효과도 입증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8년 실로시빈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를 인정했다.
벡클리 사이텍 연구팀은 미국 소노라사막 일대에 서식하는 콜로라도 강 두꺼비(Colorado River toad)의 독에 든 환각물질에 주목했다. 이 화합물은 실로시빈 만큼 강한 환각 작용을 하면서도 인체에 주는 부담이나 부작용은 적다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두꺼비가 분비하는 독은 악어도 쓰러뜨리는 맹독이다. 소노라 사막 두꺼비(Sonoran Desert Toad)라고도 부르는 콜로라도 강 두꺼비는 알칼로이드계 맹독을 분비하는데 덩치 큰 개는 우습게 쓰러뜨린다. 특히 독에 기분이 좋아지는 환각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콜로라도 강 두꺼비 독에 포함된 화합물 ‘5-MeO-DMT’는 강한 환각작용을 하며 한 달이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를 우울증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 다각적인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5-MeO-DMT’는 트립타민 유도체의 강력한 환각제로, DMT는 마약류인 디메틸트립타민(dimethyltryptamine)의 약자다.
벡클리 사이텍 사는 이 물질을 이용한 항우울 치료제가 환자의 비용 부담도 덜 것으로 기대했다. 실로시빈을 이용한 항우울 임상연구 결과 중증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나타났지만 58시간 약효과 지속되는 데 그치고 비용이 만만찮다.
연구팀 관계자는 “‘5-MeO-DMT’는 실로시빈과 대등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약효가 오래 가면서도 치료 시간이 짧아 진료비가 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로시빈이나 LSD에 비해 투약한 사람의 시각에 영향을 덜 주는 것도 장점”이라며 “항우울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중증 환자의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화합물”이라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