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상의 행성 '뜨거운 해왕성(Hot Neptune)'의 조건을 충족하면서 밀도가 엄청나게 높은 외계 행성이 발견됐다.
이탈리아 로마 토르베르가타대학교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테스(TESS)' 위성의 관측 정보를 분석한 결과 밀도가 철보다 높은 외계 행성 'TOI-1853b'를 특정했다고 7일 밝혔다.
'테스'는 트랜싯 법(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항성 앞을 가로지를 때 나타나는 일시적 감광 현상을 응용)을 통해 외계 행성을 관찰한다. '테스'가 수집한 정보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TOI-1853b'를 발견한 연구팀은 행성의 평균 밀도가 1㎤ 당 9.7±0.8g으로 상당히 높은 점에 주목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 행성은 '뜨거운 해왕성', 즉 주성으로부터 1천문단위(약 1억5000만㎞) 이내의 가까운 거리를 도는 해왕성만 한 행성이면서 밀도가 대단히 높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계 행성의 크기는 지구보다 훨씬 작은 것부터 목성보다 큰 것까지 다양하다"며 "'TOI-1853b'처럼 해왕성의 몇 배 질량에 주성 가까이 공전하는 '뜨거운 해왕성'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수수께끼"라고 덧붙였다.
'TOI-1853b'는 황소자리 방향으로 약 540광년 떨어진 K형 주계열성 'TOI-1853'의 주변을 돈다. 공전 주기가 1.24일로 짧고 표면 온도는 대략 1200℃로 생각된다. '테스' 관측 데이터 상 추정 직경은 지구의 약 3.46배인 약 4만4000㎞다.
연구팀은 'TOI-1853b'의 존재를 확실히 하기 위해 로크 데 로스 무차초스 천문대의 갈릴레오 국제 망원경을 동원했다. 시선속도 측정법(외계 행성 공전에 따라 원을 그리듯 작게 흔들리는 주성의 움직임을 응용. 도플러 분광법이라고도 함)으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팀은 'TOI-1853b'의 질량을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트랜싯 법과 시선속도 측정법으로 교차 검증한 결과 'TOI-1853b'의 질량은 지구의 약 73배였다"며 "이는 해왕성의 약 4.3배로 지금까지 발견된 거대 얼음 행성의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토성과 유사한 덩치를 자랑하는 'TOI-1853b'의 진짜 놀라운 점은 엄청난 밀도"라며 "이 외계 행성의 평균 밀도는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거대 가스 행성은 물론 그보다 조금 무거운 거대 얼음 행성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계에서 평균 밀도가 가장 높은 행성은 지구로, 1㎤ 당 약 5.51g이다. 'TOI-1853b'는 직경과 질량이 측정된 행성 중 밀도가 가장 높은 행성으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과거 행성 간의 대규모 충돌을 통해 'TOI-1853b'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가설이 맞는다면 'TOI-1853b'는 원래 거대한 암석 행성으로 물과 같은 물질이 풍부했을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서 다른 암석 행성이 충돌한 결과 현재의 황량한 암석 행성으로 변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