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모기와 전쟁도 막이 올랐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모기가 피를 적당량 빨면 일종의 정지 신호가 작동하며, 이를 이용하면 모기의 흡혈 활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21일 공개된 이화학연구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모기는 흡혈 활동 시 스스로 배가 부르다고 생각될 때 정지 신호를 내려 피를 더 빨지 않는다. 연구소는 이 시그널을 인간이 응용하면 한여름 모기에 피를 뺏기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모기는 사람은 물론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소, 돼지 등 가축의 피를 빨아먹는다. 이때 병원체가 혈관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전염병이 확산되기도 한다.

모기가 피를 양껏 빨면 흡혈 활동을 멈추게 하는 신호가 특정됐다. <사진=pixabay>

이화학연구소 사쿠마 치사코 선임 연구원은 모기는 배가 부를 만큼 피면 피브리노펩타이드A(FPA) 성분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FPA는 글로불린에 속하는 단백질 피브리노겐의 N 말단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사쿠마 연구원은 "모기의 체내에 아데노신삼인산(ATP)이 늘어나면 흡혈 활동을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번에 특정된 FPA는 배부를 정도로 피를 빤 모기의 체내에서 급증해 흡혈 활동을 멈추도록 제어한다"고 전했다.

ATP는 모기의 흡혈 활동을 촉진하며, FPA는 반대로 흡혈 활동을 억제한다. <사진=이화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연구원은 "FPA를 활용하면 모기가 피를 빠는 것 자체를 방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FPA를 만드는 장내세균을 유전자 변형 등으로 제작해 모기에 먹이고 장내에 정착한 실험에서 흡혈 활동 제어 효과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숙주의 혈액 속에 모기의 흡혈 정지 신호가 존재함을 밝혔다고 평가했다. 모기의 흡혈 활동을 인위적으로 멈추는 손쉬운 방법을 개발하면 모기가 매개가 되는 다양한 질환이 감소할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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