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으면 남성의 공격성이 잦아든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정의 산물로 여겨지는 눈물에 사회적 신호로 작용하는 화학물질까지 포함됐다는 주장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는 여성의 눈물에 남성의 공격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화학물질이 담겨 있음을 시사하는 뇌 활동 관찰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소는 포유류의 눈물이 가능한 다양한 기능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눈물은 찰스 다윈 시절 눈을 촉촉하게 하는 것 외에 기능이 없다고 생각됐지만, 특정한 목적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가설이 하나 둘 제기되며 연구가 활발하다.

실제로 암컷 쥐의 눈물은 수컷의 공격적인 뇌 네트워크 활동을 억제하거나 번식기 수컷 간 공격성을 좌우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장님쥐 수컷은 공격적이고 지배욕이 강한 수컷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눈물을 이용한다고 알려졌다.

여성이 흘린 눈물의 냄새를 맡은 남성들은 공격성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크게 저하됐다. <사진=pixabay>

인간 여성의 눈물이 가진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와이즈만연구소 연구팀은 22~25세 여성 6명을 모집하고 혼자 슬픈 영화를 보며 흘린 눈물을 채취했다. 이와 별도로 남성 피실험자 25명을 모아 공격성을 쉽게 이끌어내는 2인용 게임을 즐기게 했다.

남성들은 게임 플레이 전 여성의 눈물 및 생리식염수 중 하나의 냄새를 맡았다. 물론 둘 다 냄새가 없어 구별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 눈물 냄새를 맡은 남성은 공격성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이 43.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관계자는 "여성의 눈물과 생리식염수 냄새를 맡고 게임을 한 남성들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스캔한 결과 공격성과 관련된 전두피질과 양쪽 전두전피질 활동이 눈물 냄새를 맡은 뒤 뚜렷하게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개는 오랜만에 만난 주인을 보면 눈물 양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진=pixabay>

이어 "뇌의 기능적 연결성을 살펴보니 눈물은 왼쪽 전두피질에만 영향을 미쳐 오른쪽 편도체 및 이상 피질과 연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영역은 후각과 공격성에 관한 기능성 네트워크의 일부로, 여자의 눈물이 후각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공격성과 관련된 뇌 회로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포유류 전반에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이라고 추측했다. 실험 관계자는 "개를 대상으로 한 2022년 연구에서 오랜만에 주인과 재회한 개의 눈물 양은 크게 증가했지만 모르는 이들을 상대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눈물에 화학 시그널이 포함돼 있는지 판단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향후 남성의 눈물 냄새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계획이다. 포유류 눈물의 기능에 대한 추가 실험을 거듭하면 생물이 눈물을 흘리는 진정한 이유도 밝혀질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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