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 접근한 항성을 찢어 삼키고 제트를 분출하는 ‘조석 파괴 현상(Tidal Disruption Event, TDE)’이 운 좋게 감지됐다. 연대는 무려 85억년 전으로 파악됐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와 미네소타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약 85억년 전 발생한 조석 파괴 현상에서 제트 분출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항성을 집어삼킨 블랙홀은 몇 차례 관측된 적이 있지만 제트를 방출하는 것은 드문 유형이어서 시선이 집중됐다.

조석 파괴 현상이란 블랙홀이 야기하는 조석력에 의해 항성이 파괴되는 것을 말한다. 항성이 블랙홀의 조석 반지름보다 가까워지면 블랙홀의 조석력에 의해 찢어지고 흩어지면서 블랙홀로 서서히 빨려 들어간다. 

접근한 항성을 파괴해 집어삼키고 제트를 방출하는 블랙홀의 상상도 <사진=Carl Knox (OzGrav, ARC Centre of Excellence for Gravitational Wave Discovery, Swinburne University of Technology)>

이번 조석 파괴 현상은 지난 2월 11일 미국 팔로마 천문대의 광역 천체 관측 장비 츠비키 트랜션트 퍼실리티(Zwicky Transient Facility, ZTF)가 사냥개자리 방향에서 우연히 확인했다. 천문대는 이 현상을 돌발 천체(transient)로 분류했다. 돌발 천체란 감마선 폭발이나 초신성 폭발 등 갑자기 나타나 일시적 또는 일정 기간만 확인 가능한 천체 현상의 총칭이다.

‘AT2022cmc’로 명명된 이 돌발 천체는 허블우주망원경과 유럽남천천문대(ESO)의 초대형망원경(VLT) 등 무려 21개 관측 장비가 추적 관찰, 약 85억년 전 발생한 현상으로 판명됐다.

연구팀은 각 장비가 다양한 파장(감마선, 가시광선, 전파 등)을 통해 얻어낸 ‘AT2022cmc’의 관측 데이터를 추가 분석, 이 돌발 천체의 발생 원인이 상대론적 제트(relativistic jets,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제트)라고 결론 내렸다.

'AT2022cmc'는 팔로마 천문대의 ZTF 관측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이후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21개 관측 장비들이 X선과 적외선 등을 활용해 세부 관찰했다. <사진=Zwicky Transient Facility>

조사 관계자는 “‘AT2022cmc’ 분석 과정에서 상대론적 제트 방출에 따른 유형의 조석 파괴 현상이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AT2022cmc’는 지금까지 관측된 조석 파괴 현상 중 가장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조석 파괴 현상의 1%가량은 블랙홀 양극 방향으로 플라즈마와 전자파가 방출되는 제트를 동반한다고 보고 있다. 제트에 따른 조석 파괴 현상은 관측된 사례가 적고 제트가 생성되는 구조나 일부 조석 파괴 현상만으로 제트가 생기는 이유를 아직은 설명할 수 없다. ‘AT2022cmc’의 경우 제트 방출 방향에 지구가 우연히 위치한 덕에 관측 가능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제트에 따른 조석 파괴 현상은 고에너지 감마선이나 X선을 활용하는 망원경 관측에서 드물게 확인돼 왔지만 ‘AT2022cmc’는 광학 관측을 통한 그 정체를 잡아낸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SO는 ‘AT2022cmc’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애니메이션도 공개했다. 14초짜리 영상은 어떻게 천체가 멀리 떨어진 은하 중심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제트 분출을 야기하는지 보여준다. 제트가 거의 우연히 지구 쪽을 향하고 있었기에 ‘AT2022cmc’라는 극적인 우주 이벤트가 광학 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관측 가능했다고 ESO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제트를 통한 조석 파괴 현상을 파악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AT2022cmc’의 자세한 조사는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조석 파괴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 환경 연구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