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AI의 인공지능(AI) 챗(Chat)GPT가 창조한 토마토 수확 로봇의 성능에 관심이 집중됐다. 생성형 AI(제너레이티브 AI)가 조만간 스스로 몸체를 설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와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챗GPT가 설계한 토마토 수확 로봇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챗GPT 등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가 과연 뚜렷한 목적을 가진 로봇까지 설계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챗GPT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로봇의 성능을 검증하면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챗GPT가 설계에 참여한 토마토 수확 로봇 <사진=로잔연방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앞으로 인류에게 던져질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로봇 설계를 시작했다. 이에 대한 챗GPT의 답변들을 토대로 인간 연구자들과 인공지능 사이에 의견이 수없이 교환됐다. 이렇게 완성된 것이 토마토 수확 로봇이다.

실험 관계자는 "첫 질문을 던질 때만 해도 우리가 토마토에 관련된 로봇을 만들 줄은 몰랐다"며 "수많은 답이 가능한 첫 질문이 한 가지 결과물로 연결되기까지 과정은 아주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현 단계에서는 로봇 고안과 구상, 설계 등 전 과정을 챗GPT에 오롯이 맡길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콘셉트를 떠올리는 단계부터 챗GPT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으며, 조력자로서 실력은 굉장했다고 평가했다.

로봇의 손 부분은 챗GPT의 제안으로 토마토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쉽게 잡도록 설계됐다. <사진=로잔연방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이번 협업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챗GPT가 어떤 제품의 콘셉트를 생각하는 단계에서 특히 편리하다는 사실"이라며 "챗GPT는 로봇공학 외에도 폭넓은 전문지식을 가져, 이를 활용하면 인간 공학자의 식견을 한층 넓혀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확을 자동화할 때 토마토가 가장 적합한 작물이며, 수확 중 토마토가 손상되지 않도록 로봇 손을 실리콘이나 고무로 만들고 다이나믹셀 모터를 사용할 것 등 챗GPT는 구체적인 로봇 사양도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완성된 로봇으로 실제 토마토를 수확한 연구팀은 챗GPT의 실력에 감탄했다. 실험 관계자는 "토마토의 수확에 그야말로 최저화된 로봇을 챗GPT가 고안했다"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토마토를 따고 으깨지지 않도록 상자에 담는 등 인간이라면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쳤을 설계 과정을 쉽게 만들어줬다"고 평가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은 지성과 판단력을 갖게 된 기계의 위험성을 상징한다. <사진=영화 '터미네이터' 스틸>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인간과 AI의 협업 또는 공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어떤 시점에서는 제너레이티브 AI가 로봇의 콘셉트부터 설계,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실험 관계자는 "AI는 던져진 질문에 대해 '가장 확률 높은 답'을 생성하도록 설계됐다"며 "돌려 생각하면 AI가 윤리적으로 그릇된 답이나 편향된 방법을 도출할 위험은 여전하므로 이를 해결할 방안을 인간이 마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번 실험에서 챗GPT가 자신의 생각을 실행할 몸체를 스스로 설계할 가능성이 드러났다고 우려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AI를 완벽하게 제어할 장치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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