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명한 고대 구조물 코스텐키11(Kostenki 11)에 사용된 매머드 뼈는 대부분 암컷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대인들이 구조물을 만드는 데 매머드 뼈를 적극 재활용한 점도 파악됐다.

덴마크와 영국 등 국제 연구팀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스텐키11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300㎞가량 떨어진 돈강 부근에 자리한 지름 12m 넘는 원형 구조물이다.

연구팀은 코스텐키11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조사해 왔다. 구조물 재료가 매머드 뼈라는 점에서 연구팀은 DNA 분석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매머드 약 60마리 분량의 뼈가 들어갔고 연대는 약 2만4000년 전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매머드 두개골과 뼈를 이용해 원형으로 만든 구조물 코스텐키11 <사진=코펜하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코펜하겐대학교 역사학자 알바 레이 이글레시아 교수는 "코스텐키11은 여러 학자들이 조사해 왔지만 어떻게 뼈를 모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이번 분석에서 우리는 고대인이 장기간에 걸쳐 죽은 매머드의 뼈를 재사용했음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서부나 우크라이나에서 매머드 두개골과 뼈를 이용한 구조물은 여럿 특정됐지만 코스텐키11은 약 4만2000년 전 최종 빙기의 것으로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최대"라며 "DNA 분석 결과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매머드의 습성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과 DNA 분석을 통해 고대인들이 매머드의 뼈를 오랜 기간 재사용해 코스텐키11 같은 구조물을 만들었다고 결론 내렸다. 살아있는 매머드를 사냥해 고기를 취하고 뼈는 집과 구조물 건자재로 썼다는 이야기다.

그림으로 재현한 코스텐키11. 지름은 약 12m다. <사진=코펜하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글레시아 교수는 "뼈 중에는 코스텐키11이 완성되기 1000여 년 전에 죽은 매머드의 것도 있었다"며 "이는 당시 사람들이 매머드를 사냥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오래된 뼈를 수거해 재사용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원형 구조물 근처에는 식량 창고나 쓰레기장 흔적도 있었다. 숯이나 불에 탄 뼈, 석기 파편,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식물 조직도 발견됐다. 숯은 코스텐키11 같은 구조물 내부에서 불이 사용됐다는 증거다. 구조물이 사용될 무렵 이 지역은 상당히 추워 평균 기온은 영하 20℃를 밑돌았을 것으로 연구팀은 생각했다.

또한 DNA 분석을 통해 뼈 대부분이 암컷의 것인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코스텐키11 부근의 매머드들이 무리지어 행동하는 암컷들일 가능성을 점쳤다. 매머드 무리는 나이가 많은 암컷이 이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텐키11의 전체상 Ⓑ구조물을 구성하는 굵은 뼈들 Ⓒ매머드 하악골들 Ⓓ구조물을 구성하는 뼈의 근접사진<사진=코펜하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글레시아 교수는 "뼈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해보니 계통이 7개였다. 이는 매머드가 한 무리가 아니라는 의미"라며 "뼈가 한 번의 대규모 사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것임을 말해준다"고 언급했다.

교수는 "뼈의 안정 동위 원소로부터 암컷과 수컷 매머드가 섭취한 먹이는 큰 차이가 없음을 알아냈다. 이는 상당히 의외"라며 "현대 코끼리의 경우 암컷과 수컷은 식생활이 다르다. 수컷은 암컷보다 넓은 범위를 이동하며 다양한 식물을 먹지만, 코스텐키11 유적의 매머드는 성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매머드와 현생종 코끼리의 식생활 차이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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