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생존력으로 유명한 곰벌레는 짝짓기 상대를 찾기 위해 화학적 신호를 이용한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위배스퀼래대학교 연구팀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11월 호에 소개된 보고서에서 곰벌레 수컷은 수중에서 짝짓기 상대가 발산하는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고 이끌린다고 주장했다.

완보동물인 곰벌레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오래 생존하는 희한한 생명체다. 턴(tun)이라는 일종의 가사상태에 스스로 들어가 오래 먹지 않고도 초고온 및 초저온 상태에서 버틴다. 지구상에 1300종가량 존재하는 곰벌레는 2020년 일본에서 신종이 발견될 만큼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만 교미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곰벌레의 교미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TED 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eet the tardigrade, the toughest animal on Earth - Thomas Boothby' 캡처>

일부 학자들은 곰벌레가 화학 신호를 통해 짝짓기 대상을 탐색한다고 생각했다. 몸길이가 1㎜도 되지 않는 곰벌레는 겉으로 암수 구분이 어려워 교미할 때 외모 같은 시각적 정보 이외의 것에 의존한다는 가설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곰벌레의 일종인 매크로바이오투스 폴로니쿠스(Macrobiotus polonicus)로 실험에 나섰다. 세 칸으로 구성되는 작은 틀을 준비하고 왼쪽에 곰벌레 암컷을, 오른쪽에 수컷을 배치했다. 두 개체 사이의 공간에는 수컷 곰벌레 한 마리를 더 놓았다. 이후 틀 전체가 적당히 잠길 만큼 물을 채우고 가운데 곰벌레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가운데 수컷은 벽으로 가로막힌 상태에서 오른쪽 수컷이 아닌 왼쪽의 암컷 쪽으로 붙었다. 연구팀은 수컷이 암컷의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고 이끌렸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물곰(Water Bear)으로도 부르는 곰벌레는 턴이라는 가사 상태를 스스로 만든다. 이를 통해 극도로 건조하거나 150℃ 이상의 고온, 절대영도에 가까운 초저온, 진공, 고압, 심지어 치사량을 한참 넘은 방사선도 견딘다. <사진=<사진=BuzzFeed Multiplayer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What Is A Water Bear?' 캡처>

이번에는 칸이 없는 틀을 물 대신 한천 배지로 채우고 같은 실험을 했다. 틀 내부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던 수컷은 이번에도 암컷에만 이끌렸다. 수컷은 암컷과 마주치면 그 뒤를 졸졸 따라가려 했지만 암컷은 수컷을 대체로 무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곰벌레가 교미할 이성을 물속에서도 탐색할 수 있으며, 구애를 하는 쪽은 수컷일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구 최강의 생존력을 가진 곰벌레는 교미에 대해 그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은 이 생명체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 있어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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