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땅속으로 깊이 파고들도록 돕는 파종기가 개발됐다. ‘에로듐 시드(erodium seed)’로 명명된 이 장치는 척박한 지역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연구팀은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천연 목재를 꼬아 만든 드릴 구조의 파종기 ‘에로듐 시드’를 선보였다.

이 장치는 천연 쥐손이풀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쥐손이풀은 줄기가 배배 꼬인 얇은 드릴 같은 구조물을 이용해 스스로 파종한다. 이 구조물이 땅에 닿고 비를 맞으면 반대편부터 서서히 풀리는데, 이를 지지대 삼아 앞쪽 드릴이 땅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간다. 덕분에 쥐손이풀 씨앗은 푹 파인 땅으로 쏙 들어가 자라난다.

미국 대학 연구팀이 쥐손이풀의 천연 파종 시스템을 모방해 만든 '에로듐 시드' <사진=카네기멜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줄기 하나가 꼬여서 만들어지는 쥐손이풀의 천연 드릴 구조물에 주목했다. 얇고 가는 나무줄기 세 가닥을 드릴처럼 꼬아, 풀릴 때 뒤에서 반동을 주는 지지대를 세 개로 늘린 것이 ‘에로듐 시드’다.

드론을 통해 ‘에로듐 시드’를 공중에서 파종한 연구팀은 관찰 카메라로 장시간 상황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에로듐 시드’는 세 가닥으로 늘어난 지지대의 힘찬 반동 덕에 더 깊기 씨앗을 땅에 심을 수 있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씨앗이 자력으로 땅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면 새가 쪼아 먹거나 건조한 지표면에 방치돼 말라버릴 일도 없다”며 “이런 장치는 식물의 성장을 돕고 산사태나 환경 오염, 화재 등으로 황량해진 목초지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에로듐 시드’는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효과가 있었다”며 “두 차례 비가 왔을 뿐인데도 씨앗의 80%가 제대로 땅으로 파고들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에로듐 시드’가 기하학의 힘으로 천연 식물의 생식 구조를 강화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무줄기로 만든 ‘에로듐 시드’는 독한 약품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아 땅에 박힌 후 모두 생분해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에로듐 시드’는 목재를 세척하고 틀에 넣어 성형하는 간단한 5개 공정만으로 제작된다”며 “이런 기술로 보다 많은 지역에 식물을 파종하면 사막화 등 식림 부족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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