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엔셀라두스)에서 관측 사상 가장 거대한 물기둥이 포착됐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엔켈라두스 남극 표면에서 무려 1만㎞ 길이의 물기둥(수증기 플룸)이 분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관측 내용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지구의 간헐천을 떠올리게 하는 엔켈라두스의 물기둥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2005년 처음 촬영했다. 이번 수증기 플룸의 규모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거리와 비슷한 무려 1만㎞라는 점에서 학계를 놀라게 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엔켈라두스는 지표면 아래 물과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되는 천체"라며 "행성과 위성을 모두 합쳐 태양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천체라는 점을 이번 물기둥이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의 남극에서 분출되는 물기둥(수증기 플룸). 네모 안의 이미지는 카시니 탐사선이 포착한 것이다. <사진=사우스웨스트연구소·NASA 공식 홈페이지>

엔켈라두스의 엄청난 물줄기를 잡아낸 것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다. 이 장비를 운용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은 이번 물기둥을 수증기로 된 거대한 도넛이라고 표현했다.

NASA 관계자는 "엔켈라두스가 뿜어내는 수증기 플룸은 초속 약 200㎞로 상당히 빠르게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며 "엔켈라두스의 지름이 약 500㎞인 점에서 자신의 20배나 되는 수증기를 내뿜은 셈"이라고 전했다.

이번 관측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통해 이뤄졌다. 제임스웹은 엔켈라두스에서 분출된 얼음 알갱이와 수증기까지 세세하게 표현할 정도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엔켈라두스의 수증기 플룸의 세부적인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장비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처음이다.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는 얼음으로 뒤덮인 지표면 아래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징적으로 갈라진 부분들을 타이거 스프라이트라고 부른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약 33시간 만에 거대한 토성을 한 바퀴 도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엔켈라두스의 물기둥 중 약 70%가 토성계에 흩어진 사실도 알아냈다. 이 위성이 토성계의 중요한 물 공급원이라는 점이 이번 관측으로 밝혀진 셈이다.

NASA와 ESA, CSA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활용한 엔켈라두스의 추가 관측을 2024년 실시한다. 이 단계에서는 생명체 흔적 조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주요 목표물은 유기물과 과산화수소 등 외계 생명체의 바이오마커(생물학적 지표)다.

NASA 관계자는 "내년 엔켈라두스 관측에서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적외선 파장을 이번보다 약 10배 세분화해 훨씬 자세한 관측이 이뤄진다"며 "엔켈라두스의 바다 내부에 존재할지 모를 생명체를 로봇으로 직접 관찰하는 미래 프로젝트의 기초가 될 중요한 활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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