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온에서 몇 시간 지나도 녹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는 아이스크림을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비밀은 천연 항산화 물질로 널리 알려진 폴리페놀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UWM) 연구팀은 폴리페놀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의 녹는 속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최신 실험 결과를 3일 공식 채널에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한 아이스크림은 실온에서 무려 4시간 이상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단순히 모양만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맛이나 식감도 기존 아이스크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폴리페놀을 각각 미함유, 일부 함유, 상당량 함유(왼쪽부터)한 아이스크림의 녹는 속도 비교 영상 <사진=UWM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폴리페놀은 산화를 억제해 건강 효과를 발휘하는 천연 성분"이라며 "레드 와인이나 녹차, 루이보스차 등이 유명하지만, 사실 식물 대부분에 함유돼 쓴맛이나 색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연계에 분포하는 폴리페놀은 5000가지가 넘는다. 토마토나 시금치, 포도나 블루베리 같은 다양한 야채·과일에도 들어 있다. 폴리페놀은 혈전이 쌓이는 것을 막고 혈당치를 유지하며 유해한 장내 세균을 제거하는 등 건강에 유익한 성분으로 알려졌다.

폴리페놀을 아이스크림에 섞으면 점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연구팀은 폴리페놀이 아이스크림의 지방 분자를 둘러싼 단백질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펩타이드(아미노산이 연결되며 생기는 단백질 구성 분자)와 결합된 단백질 및 폴리페놀의 복합체가 탄생했다.

아이스크림은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한층 빨리 녹아내린다. <사진=pixabay>

이때 폴리페놀은 지방과 단백질 사이에서 얼음이 녹아 흐르는 것을 막아줬다. 이런 작용으로 아이스크림은 실온에 오래 놔둬도 녹아내리지 않고 오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험 관계자는 "비커 위에 철망을 얹고 폴리페놀이 없는 아이스크림과 폴리페놀을 조금 섞은 아이스크림, 폴리페놀 함유량이 많은 아이스크림을 방치했다"며 "일반 아이스크림은 완전히 녹기까지 시간이 얼마 안 걸렸고 폴리페놀 함유 아이스크림은 4시간이 지나도 철망 위에 그대로 있었다. 녹은 양은 총중량의 단 10%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폴리페놀은 얼음이 결정화하는 것을 막아 아이스크림 속은 촉촉하게, 겉은 매끄럽게 유지했다"며 "특유의 쓴맛만 주의한다면, 폴리페놀을 적절히 이용해 아이스크림 품질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