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언론들이 중국 정부의 홍콩영화 검열이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고 예술가들의 활동을 크게 제한할 것으로 우려했다. 과거 세계 영화계에 좋은 영향을 줬던 홍콩영화의 봄날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14일 기사를 통해 지난 11일 홍콩에서 개정된 전영검사조례, 즉 영화검사조례가 연출자와 작가, 배우 등 영화인들의 숨통을 죄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전영검사조례는 홍콩에서 제작되는 모든 영화에 적용된다. 영화가 완성되고 나면 홍콩 국가안전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검열을 거친다. 대부분의 나라가 영화 상영 전 심사를 거치지만 홍콩은 잣대 자체가 다르다.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갔는지 중점적으로 보고, 공산당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점이 확인되면 무조건 불합격이다. 

중국 정부는 전부터 홍콩영화가 중국 체제를 부정하고 공격하는지 유심히 들여다봤다. 이번 조례가 개정되면서 이 같은 감시는 한층 심해졌다. 이에 대해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은 “영화 제작에 있어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나 동시에 법으로 정해진 규칙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중경삼림' <사진=영화 '중경삼림' 스틸>

프랑스 F3는 중국의 조치가 2019년 국제사회의 우려를 산 범죄자송환법 이슈와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람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중국 정부는 2020년 홍콩 국가안전법을 통과시켰다.

F3는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을 다룬 다큐영화가 국가안전법을 위반했다며 폐기된 직후 세계 예술인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이번 조례 개정은 홍콩에서 자유로운 영화활동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영화팬은 “1980~1990년대 홍콩영화는 오락물도 많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아픈 과거를 현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냉철한 면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서슬 퍼런 정부 칼질을 피하기 위해 하나같이 공산당을 찬양하는 ‘국뽕영화’만 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영화가 동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리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도이체벨레는 “홍콩영화는 1970년대 다양한 장르를 앞세워 세계 영화팬을 즐겁게 했다. 1980~1990년대 감독과 배우가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관문이기도 했다”며 “이번 조례 탓에 홍콩 영화산업은 당분간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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