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는 봄에 나타나는 '거미(spider)' 또는 '거미모양(araneiform)'이라는 지형이 있다. 20년간 화성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견된 이 형상은 지면이 거미 모양으로 침식하면서 생긴 것으로, 지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거미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 가운데 미국 지질조사국 지구물리학자 휴 키퍼가 지난 2003년 발표한 이론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성의 혹독한 겨울에 이산화탄소가 얼음으로 변하고, 날이 따뜻해지며 태양빛에 얼음 아래의 땅을 달궈져 접촉한 이산화탄소 얼음(드라이아이스)을 급격하게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표면이 침식된다는 가설이다.

화성의 거미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일명 '키퍼의 가설(Keiffer’s hypothesis)'로 알려진 이 이론의 유일한 문제점은 실험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18년이 지난 최근, 과학자들이 마침내 실험실에서 화성의 거미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더블린)와 영국 더럼대학교, 오픈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화성 표면과 흡사한 실험 환경을 구축하고 드라이아이스가 실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찰했다. 이들이 실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오픈대학교에 '화성 챔버(Mars Chamber)'라는 특수한 실험 장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가열된 표면에 접촉한 드라이아이스는 '라이덴 프로스트 효과(Leidenfrost Effect, 달궈진 프라이팬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빠르게 기화되는 현상)'에 따라 승화됐으며, 이렇게 생성된 가스가 빠져나가며 결국 표면에 거미 모양의 패턴을 만들어 냈다. 이로써 연구팀은 키퍼의 가설을 최초로 입증해냈다.

오픈대학의 화성 챔버 <사진=Europlanet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Mars Chamber' 캡처>

화성에는 거미 외에도 특이한 지형이 상당수 존재한다. 화성 남극 지역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 모양의 언덕 '스위스 치즈 지형(Swiss Cheese-Like Landscape)'이 있고, '화성의 얼굴(Face on Mars)'이라는 바위 언덕과 '행복한 얼굴(happy face crater)'로 불리는 분화구가 있다. 봄이 되면 지표면이 경사에 따라 흘러내리는 산사태(RSL, Recurring Slope Lineae)도 일어난다.

이들 중 정확한 이유가 밝혀진 것은 일부며, 이번 거미 사례처럼 아직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화성에 탐사선을 잇달아 보내고 인간을 거주시키겠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만큼 화성의 비밀도 차츰 풀릴 것으로 보인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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