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고양이의 눈에 착안한 카메라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는 광량이 절대 부족한 어둠 속에서 스트로보 등 주변기기 없이 사물 확인이 어렵고 포착하더라도 초점 맞추기가 까다롭다.
한국 광주과학기술원(GIST) 송영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주변을 감시하는 고양이 눈에 착안한 카메라 개발 상황을 소개했다.
GIST와 여러 대학 공동 연구팀이 만들어낸 카메라는 어두운 환경에서 사물을 포착하고 위장도 투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향후 군사용 드론 등 첨단 산업에 접목할 가능성도 기대했다.
고양이의 눈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는 빛을 반사하는 휘판(tapetum lucidum)이라는 구조 때문이다. 망막은 직접 닿는 빛만 흡수하지만 휘판은 반사된 빛까지 흡수하는 관계로 고양이는 야간에도 뛰어난 시력을 발휘한다.
또 하나, 고양잇과 동물의 눈은 재미있는 특징을 가졌다. 바로 세로로 긴 동공이다. 먼 옛날 야생에서 매복하고 사냥한 고양이 조상들은 세로로 긴 동공 덕에 사물의 원근 파악에 능했고 불필요한 요소를 배경에서 걸러내 중요한 대상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특징 덕에 고양이는 야간에 위장한 사냥감도 정확하게 공격한다.
송영민 교수는 "고양이 눈 구조를 카메라로 재현하기 위해 세로형 카메라 개구부를 제작하고 은 반사판을 갖춘 실리콘 광 검출기 어레이와 조합, 휘판의 2단계 광흡수를 시뮬레이션했다"며 "숨겨진 쥐 모양의 물체를 다양한 거리에 배열하고 촬영한 결과 위장이 있어도 쥐의 모양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교수는 "인공 이미지 센서는 고양이만큼 예민하지 않고 고양이의 세로로 긴 동공을 모방하면 렌즈의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 단점"이라며 "고양이의 시각 시스템뿐만 아니라 머리와 어깨 근육까지 재현한 카메라를 통해 고양이 고유의 시력을 보다 가깝게 재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카메라의 영감이 되는 것은 고양이뿐만이 아니다. 코끼리 코 같은 주둥이를 가진 엘리펀트노즈나 갑오징어, 상어의 독특한 시각 시스템을 바탕으로 특수 렌즈가 개발되고 있다. 이런 촬영 장비 중에서도 고양이를 본뜬 것은 어두운 조건에서 주변을 살피는 데 유리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