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들이 나일강의 사나운 악어를 사냥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됐다. 이집트인들은 악어를 신성시해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한편, 포획해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리디야 맥나이트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물고기를 낚싯바늘에 꿰어 악어를 사냥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인들이 악어를 제물로 삼은 사실은 그간 발굴 조사를 통해 몇 차례 확인됐다. 2022년 이집트 네크로폴리스의 귀족 무덤에서 나온 악어 9마리의 머리뼈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악어를 어떻게 잡아 제물로 바쳤는지 조사했다. 최근 영국 버밍엄박물관에 전시된 2.2m 악어 미라를 CT 스캔한 연구팀은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은 물고기와 청동 낚싯바늘을 발견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이 2022년 공개한 악어 9마리의 머리뼈. 이집트 귀족의 무덤에서 미라화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바르샤바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맥나이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악어가 고대 이집트에서 야생 그대로 포획됐음을 보여준다"며 "미라의 위장에 소화되지 않은 작은 물고기가 남았다는 것은 악어가 잡히자마자 미라가 됐고 세베크 등 악어 신에 제물로 바쳐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지구가 나일강과 태고의 늪지대에서 창조됐다고 믿었고, 이를 관장하는 화신 세베크(Sebek)를 숭배했다. 세베크는 신격화한 악어이자 나일강의 왕으로 추앙받았고 많은 이집트인들이 존경했다.

맥나이트 교수는 "이집트인들은 세베크 외에 살아있는 악어도 신으로 여겼다"며 "수쿠스(Suchus)라고 명명된 개체는 악어 신앙의 중심지 알 파이움(크로코딜로폴리스)에서 특별 대접을 받았다. 전용 연못을 가졌고 신관들이 고기며 빵, 포도주 등 먹을 것과 보석, 귀금속을 매일 바쳤다"고 전했다.

고대 이집트 인이 떠받든 세베크 신의 석상 <사진=영국 옥스퍼드 애시몰린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이어 "몸길이 6m나 되는 악어 미라가 발굴된 것만 봐도 이집트인들이 악어를 얼마나 아끼고 경외했는지 알 수 있다"며 "반대로 어떤 악어들이 제물로 희생된 것은 이 동물에 대한 이집트 문명의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자들은 이집트 유적에서 악어 부화장으로 보이는 흔적이 나온 점에서 이집트 사람들이 제물로 바칠 악어를 사육했다고 본다. 다만 연구팀은 악어 사육보다는 포획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맥나이트 교수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문헌에도 이집트인이 돼지로 나일강 악어를 유인해 잡는 대목이 나온다"며 "버밍엄박물관의 악어 미라 뱃속의 낚싯바늘은 사육보다 포획에 무게를 실어준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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