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00년 전 사막에 조성된 거대한 오아시스 요새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굴됐다. 요새 벽면의 총 길이가 약 15㎞에 달할 정도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규모다.
프랑스 국립 과학센터(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CNRS)는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카이바르에 자리한 고대 오아시스 요새를 소개했다.
벽을 모두 연결한 길이가 한때 14.5㎞나 되는 것으로 추측되는 이 요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오아시스 요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크다.
조사에 참여한 역사학자 기욤 샤를루 교수는 “이 광대한 성벽은 기원전 2250년에서 기원전 1950년 사이에 건조된 것으로 추측된다”며 “당시 이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오아시스 요새로 많은 사람이 이곳에 정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는 “사막의 지형 때문에 이 요새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런 형태의 요새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움푹 들어간 광활한 와지의 중심에 조성됐기 때문에 카이바르에서는 지금껏 확인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새의 원래 치수를 추정한 연구팀에 따르면 벽의 총 길이는 약 14.5㎞, 두께는 약 1.7~2.4m, 높이는 무려 5m다. 현재 남은 흔적은 그 절반 남짓이다. 이런 거대한 벽에 둘러싸인 오아시스 요새가 4000년이 지나서야 드러난 것은 사막 경관의 극단적인 변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카이바르 오아시스 자체의 역사는 대략 기원전 3000년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나중에 여기 정착한 사람들이 경계선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 길고 튼튼한 벽을 쌓을 것으로 생각했다.
기욤 교수는 “전성기 때 거대한 벽은 무려 약 1100만㎡의 요새를 둘러싸고 있었을 것”이라며 “규모 면에서 카이바르 오아시스 요새에 필적하는 것은 길이 19㎞의 벽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이마 요새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베리아 동부에는 놀랍게도 8000년 전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가 있다”며 “사막이나 동토 등 극단적인 환경에 만들어진 대규모 거주지는 외적의 좋은 표적이므로 구성원들은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벽을 쌓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