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틀의 구성 요소를 밝히기 위한 지질학자들의 끈질긴 시도가 지구에서 가장 깊은 시추공을 만들어냈다. 1m라도 더 지구 깊은 곳까지 굴착하는 학자들의 실험은 지구 내부의 비밀을 밝히고 생명의 기원을 풀어내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 여겨진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국제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대서양 중앙해령(mid-Atlantic ridge) 인근 아틀란티스 산괴(Atlantis Massif) 해저에서 지구 중심을 향해 1268m 지점까지 굴착에 성공, 맨틀에서 다수의 암석 샘플을 채취했다고 밝혔다. 대서양 중앙해령은 대서양 밑바닥을 따라 위치하는 판의 경계면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산맥 중 하나다.
조사에 참여한 영국 카디프대학교 요한 린센버그 교수는 "이번의 역사적인 작업은 미국 심해 시추선 조이데스레절루션(JOIDES Resolution) 호를 이용했다"며 "맨틀은 지각 아래에서 깊이 2900㎞까지 이어지는 반고체 암석층으로, 여기 이르려면 못해도 35㎞에 달하는 지각을 뚫어야 하지만 대서양 중앙해령 인근은 지각이 아주 얇아 맨틀이 지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이전에 달성된 깊이까지만 파낼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됐다"며 "결과적으로 이전 최고 기록을 무려 6배 이상 뛰어넘는 1268m 해저 굴착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해저가 아니라 지상에서 지하로 채굴한 최고 기록은 러시아가 갖고 있다. 러시아 콜라반도 초심층 시추공이 그것으로, 지질학자들은 1970년부터 무려 20여 년에 걸쳐 1만2262m까지 파내려 갔다.
요한 린센버그 교수는 "대서양 중앙해령 인근의 시추공에서 우리가 파낸 암석 샘플은 주로 감람암"이라며 "재미있게도 감람암 샘플은 바닷물과 작용한 결과 뱀의 껍질 같은 특징적인 무늬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뱀 껍질 무늬를 가진 감람암이 넓은 범위에 걸쳐 탄산화됐다는 사실"이라며 "광물의 탄산화는 지구 전체의 탄소 순환을 해명하는 단서가 되는 것은 물론, 지각 깊은 곳에 탄소를 저장해 온난화를 늦출 가능성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맨틀 샘플을 통해 생명의 기원을 풀 힌트를 얻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요한 린센버그 교수는 "과거에도 맨틀에서 생명의 흔적이 발견한 바 있지만 지하의 극한 환경에서 미생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학자들은 알 수 없었다"며 "이번 분석에서는 미생물이 감람암과 해수의 화학반응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교수는 "우리가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니켈의 역할이다. 맨틀이라는 극한 환경의 미생물이 수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히드로게나아제(hydrogenase), 즉 수소화효소 덕분인데 니켈은 이 효소의 필수 원소"라며 "니켈 등 중요 원소를 찾기 위한 암석 샘플의 분석은 향후 계속되며, 이를 통해 지구 생명체의 진화 비밀을 밝힐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