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기술로 오징어 피부를 투명하게 만드는 실험이 성공했다. 오징어는 피부 색을 자유롭게 바꾸고 투명하게 할 수도 있는데, 이 능력을 인간이 임의로 해낸 것은 처음이다.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 짧은꼬리오징어(Euprymna berryi)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오징어와 문어 등 두족류는 무척추동물이면서 복잡한 뇌신경을 갖고 지능도 높아 학계의 오랜 연구 대상이다. 두족류는 주변에 맞춰 몸 색깔을 바꾸는 위장술의 명수인데, 특수 세포인 색소포를 이용해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도 능하다.

일반 짧은꼬리오징어(오른쪽)와 유전자 조작으로 몸 색깔을 투명하게 바꾼 개체의 비교도 <사진=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이 실험 대상으로 삼은 짧은꼬리오징어는 몸길이 약 3㎝의 작은 두족류다.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에 걸친 인도 태평양 지역에 서식하며, 키우기도 쉬운 종으로 유명하다.

오징어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색소포를 조작했다. 유전자 편집 도구 크리스퍼(CRISPR)를 통해 오징어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자 의도한 대로 오징어 몸은 투명해졌다.

실험 관계자는 "색소포 중앙에는 색소가 담긴 주머니가 자리한다. 오징어는 피부밑에 자리한 색소포를 조작해 몸 색깔을 바꾸는데, 색소를 없애면 몸이 투명해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어맞았다"고 전했다.

두족류 연구의 모델 생물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짧은꼬리오징어 <사진=Nick Hobgood>

이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향후 두족류의 신경계를 들여다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반 무척추동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신경계가 발달한 두족류의 몸이 투명한 상태라면 뇌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거친 짧은꼬리오징어가 향후 두족류 연구의 모델 생물(model organism)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델 생물이란 특정한 생물 또는 생물군의 체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 실험에 동원된다. 우리가 잘 아는 실험 쥐나 초파리가 대표적이다.

실험 관계자는 "오징어나 문어와 같은 두족류는 생물학자들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며 "짧은꼬리오징어를 두족류 연구의 모델 생물로 활용하면 앞으로 새로운 발견이 차례차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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